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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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연예인 김제동이 또 책을 냈다. 이번엔 헌법을 읽고 그 이야기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어려운 단어가 난무할 것 같은 헌법을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 이야기한다는 것에 솔깃하여 읽게 되었다. 

역시, 김제동은 이야기꾼이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에서 띄엄띄엄 들었던 헌법을 김제동이 친근한 목소리로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설명하니 술술 잘 읽힌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안전권, 평등권 등을 딱딱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권리로 설명하니 그동안 내가 몰라서 챙기지 못한 권리는 없는지 집중해서 보게 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희생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아직도 큰소리치며
주위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게 속상해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의 몫으로 남겨지면 좋겠다,
그런 생각 해봅니다."

헌법에 제대로 명시되어 있는데, 헌법은 우리를 보호해준다고 말하는데 그것을 교묘히 피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염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국민으로부터 표를 받아 대신 일을 하는 분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모르시는 듯하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과 그들이 살아갈 세상과, 그들이 다니는 학교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정도는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15세부터 교육감 선거권 주면, 교육감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지 않겠어요? (선거권 24조)"
학생들이 교육감을 뽑는다는 발상이 새로웠다. 대학입시 시험을 치른지 오랜 시간이 지나 잠시 있고 있었는데,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입시 제도가 바뀌고 교과서가 달라지고 교육 체제에 변화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땐 '어쩔 수 없지'라며 새로운 입시 제도에 강제적으로 적응하며 대학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때의 '새로움'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의문점이 많다. 직접 교육감을 선택해 보는 단계적 선거 참여는 선거의 의미를 배우고 선거권의 소중함을 배우기 위한 좋은 방법 같다.


"저들의 정치를 끝내고, 우리의 정치를 시작하려면 정책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저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돈을 그들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쓰게 해야죠. 그렇게 감시해야 우리 딸, 아들한테 혜택을 줍니다. (국가기관 문서 청원권 26조)"

알아야 요구할 수 있다. 지켜봐야 딴짓을 못한다. 그러니 헌법도 알아야 하고 세금이 사용되는 내역도 감시해야 한다. '내 손을 떠난 돈이니까,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이 나를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방관자가 되게 한다.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쓸수록 우리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헌법을 기반으로 국민이 받을 권리, 혜택을 알려주고 힘을 내라고 한다.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니 행복하라고 토닥인다. 작가가 헌법을 통해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는지 알게 되고 그것을 알리려는 노력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헌법 조항을 조목조목 잘게 나누어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은 누구라도 놓치지 않고 헌법과 친해졌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노력일 것이다. 

김제동과 함께 헌법을 읽었다. 그렇다고 당장 법정에 나가 나를 변론할 정도는 못 된다. 다만 내게 위협이 생겼을 때 관습처럼 물러나지 않고 헌법 한 번 뒤져볼 여유는 생겼다. 그리고 헌법에 위배되는 일로 고통받는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도 그들처럼 피해 받을 수 있으니까. 서로 관심 갖고 힘을 주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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