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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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는 중국 최고의 시전지로 불린다. '전'은 편지나 시를 적는 데 쓰는 작은 종이인데 종이를 물들이거나 문양을 찍은 것을 시전지라고 하며 '보'는 시전지의 묶음을 말한다. 십죽재는 이 책을 펴낸 호정언의 당호로, <십죽재전보>란 호정언이 출간한 시전지의 묶음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림씨에서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을 덧붙여 <십죽재전보>를 출간하였다.


'우리나라 민화도 잘 모르는데 당나라에서 만들어진 시화라니, 내가 모르는 용어만 가득 나오면 어쩌지'라며 내심 걱정했는데 그림이 다수를 이루고 덧붙인 한자를 쉽게 설명해 놓아서 어렵지 않았다. 아름답고 정교하게 인쇄된 작품들을 보니 400년 전 호정언의 인쇄기술이 뛰어났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시전지는 주제별로 나뉘어 엮여 있다. 호정언이 모았던 골동품으로 시작하여 자연, 문인들과의 교제, 가족과의 우애 등이 나온다.



호정언의 기술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2가지 기술 때문인데, 여기 그중 하나인 '공화 기술(무색의 볼록 인쇄 기술)'이 나온다. 종이가 볼록 튀어나온 모양으로 그림을 나타냈는데 입체적이라 나도 모르게 손으로 종이를 문지르게 된다. 살짝 보면 모르고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기에 그림을 찬찬히 보며 그림의 숨은 매력을 찾는 묘미를 전해준다.



호정언이 찬사를 받은 두 번째 기술은 색이 엷고 짙게 변하는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두판기법'이다. 왼쪽 그림에서 아래쪽 남색 국화를 보면 이 '두판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은 먹색의 차이를 통해 난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 기술이 들어간 그림은 볼수록 신기해서 한 번씩 더 쳐다보게 된다.  

작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은 몇 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여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중국 문화나 유명한 일화를 읽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왼쪽 그림의 '경개(傾蓋)'는 마차의 덮개를 기울인다는 말인데 잠시 만나도 진심으로 남을 대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남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는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후한 말의 정치가 육적의 일화를 그린 것이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지인 댁에 방문해서 받은 귤을 어머니께 드리려고 품에 넣어왔다고 한다. 육적의 효심을 알고 보니 귤이 더 달콤하게 보였다.
그림씨에서 나온 <십죽재전보>는 누드 제본이라 고풍스러워 책장에 꽂아두면 멋이 난다. 
전시회에서도 만나기 힘든 당나라 시전보를 내 손안에 얻으니,
언제든 갈 수 있는 동양화 전시회를 내 집에 들인 듯하다. 

한자가 가득해 어려울 거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십죽재전보>는 전래동화를 읽은 느낌을 주었다. 
그림을 먼저 보고 세심하게 표현한 호정안의 기술을 감상하며 어떤 의미일지 상상해보고
해설을 읽으며 그림의 뜻을 알아가다 보니 '시전보'가 퍽 재밌어졌다. 
이참에 민화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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