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늙음, 혼자됨, 외로움, 고독-
신랑은 "보통 남자가 먼저 죽잖아. 그러니 여자는 친구가 필요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는 장성하여 떠나고 친구도 다 먼저 가버리면 그녀도 홀로 늙어가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거기에서 오는 두려움, 알 수 없는 어두움과 불안함을 고스란히 혼자서 겪어내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나의 "늙음"에 대해 그려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하고 늘어나는 살을 가진 늙은이가 될 거고 죽겠지,라는 정도만. 서른의 나이가 되어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고 엄마가 갑자기 할머니의 외모가 되어 있을 줄 몰랐다. 그래도 아직 다행인 것은 엄마의 늙어감을 자각하고 보고 있다는 것.

그런데 책 속 할머니의 늙음은 생각지도 못한 채 갑자기 할머니에게 찾아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늙음도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난 그 변화와 서글픔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모모코 씨의 머리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의 대부분은 모모코 씨이지만 남편의 것도 있다. 그들이 열심히 모모코 씨에게 목소리를 내어주기에, 말을 걸어주기에 외롭지 않다. 다중인격 같기도 하고, 정신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들의 대화가 퍽 재미나다. 운율 있는 시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때의 내 모습 같아 정답다. 나만 저렇게 복잡한 생각이 오고 가는 게 아니구나. 특히 바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으면 생각하느라 상대가 원치 않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오해를 사는 모습이 영락없는 나였다. 

오해를 사도 모모코 씨는 힘차다. 기력이 딸려 장 보러 가기도 힘들고 예전처럼 신나게 춤을 출 수도 없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과 마음을 정돈하는 힘이 있다. 고독과 외로움의 늪에 빠지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멋들어지게 살려고 한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살아온 시간을 내려놓고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고 대차게 마음을 먹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는 것, 
힘을 내 보는 것,
아프지만 전진하는 것
일흔네 살 모모코 씨에게서 배운 것이다.

또,
늙음이 초라하고 아프고 버거운 것만이 아니라고,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남겨지는 일이 불쌍한 것만은 아니라고 배우게 된다.

살다가 문득 나이 듦이 안타까울 때,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것이 벅차오를 때
또 읽어야겠다.

모모코 씨의 행동이,
나의 답답함에 사이다가 되어주고
나의 슬픔에 위로가 되어주고
나의 막막함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p.s 번역가가 번역을 맛깔나게 잘했다. 외국어의 방언을 느낌을 살려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읽을수록 재미나게 맛을 살려 번역하셨다. 일본 소설가 두 분의 도움을 받으셨다고 한다. 여자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좋은 일본 작품을 한국어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매끄럽게 번역해 주신 번역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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