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싸는 슬픔을 담은,

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여러분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습니까? 인문, 역사서, 만화책에서 시작하여 교과서가 있는 분도 있겠지요. 책장에 빼곡히 자리 잡은 책들 중 좋아하는 책도 있고 덜 좋아하는 책도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책, 또 읽고 싶은 책은 잘 보이는 곳에 배치했겠지요. 저는 좋아하는 책은 숨겨두고 안 읽은 책들, 먼저 읽어야 하는 책들을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답니다. 위에 사진에도 제가 읽어야 하는 책들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네요. 주로 소설이네요.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들이에요. 다른 분들의 책장이나 서재도 그렇겠지요? 자신의 취향과 역사가 담긴 자기만의 서재 혹은 책장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나의 서재는 나라는 사람을 에워싸고 또 반영하는 온전히 사적인 공간인 것이다."

알베르토 망겔 작가는 서재를 자신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생각했고 서재에서 위로받고 안식을 얻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3만 5천여 권의 장서를 정리할 때 그는 자신을 생매장하는 기분을 느꼈고 분노와 애도의 기간을 견뎌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점을 책 풀기와 책 싸기로 비교하며 표현해놨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가 서재를 떠나 보내야만했던 아픔과 슬픔이 문학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을 차가운 땅속에 파묻는 것이라고요.

"프랑스의 내 서재를 뒤로하고 떠나오던 날 나는 아주 우울했고 

복수와 분노, 절망에 관한 온갖 문장들이 "내 머릿속에서 방망이질했다." 
마치 내 서재가 그 책들을 활짝 펼치며 내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책에 조그마한 훼손이라도 생기면 크게 안타까워합니다. 그런데 애정 하는 책들을 통째로 언제 다시 열어볼지 모르는 상자에 넣고 떠나보내야 한다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지요. 그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알베르토 망겔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서재를 떠나보내야 할 때 이 책으로 위로받고, 떠나보내는 책들과의 추억을 회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