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마음이 찡해오는 제목에 눈길이 멈추고 손을 움직여 책을 펼쳐본다. 

여행이 너무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의 나에게 프롤로그부터 "그곳으로 가보라"며 부담을 준다.

지금은 못 가더라도 나중에 가면 되지, 작가님의 여행기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자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랑을 잘 몰라서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고 홀로 방황하던 작가님은 자신을 다독여준 낯선 누군가 덕분에 가시 돋친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일상에서 받은 상처를 여행에서 위로받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라는 말을 들으면, 나를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말과 시선에 나를 깎아버린 순간, 작은 실수에 스스로를 비난했던 일, 건강하게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낮아져 버린 자존감을 감당하지 못해 흘린 눈물이 떠오른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찡하다. 

그래도 작가님은 여행을 통해 치유되고 회복되어 단단해졌다. 그런 작가님을 따라 훌쩍 떠나볼까 싶다가 내 일상에서 나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 격려를 주는 사람을 기억하며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한 번 왔다 가는 여행 같은 삶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미는 따뜻한 말은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이 내민 따뜻한 차 한 잔과 같을 테니까.



떠나야 하는 이유와 떠날 수 없는 이유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교통비만 저울질하고 포기해버린 나.
어쩌면 여행지에서도 나의 걱정이 계속 될까봐, 혹은 잠시 외면한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힘들어 돌아오기 싫어질까봐 떠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나를 떠나라고 종용하더니 작가도 온전히 떠나지 못했다. 카페에서 갑자기 여행지로 이동하고, 성북동 달동네 집에서 포르투갈로 떠났다. 그러나 그의 성격은 그대로였다. 작은 약속하나 지키지 못할 때 전전긍긍하고 늦어져도 아무일 없자 억울해하고. 그런데 그 모습이 나와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불완전한 상태로 떠나 여행지에서 위로받고 행복해진 작가님을 통해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또한 여행지가 아닌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만족하고 기뻐하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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