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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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업무로 지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주말을 기다릴 것이다.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또 뒹굴하는 토요일의 일정은 상상만 해도 달콤하다. 이러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주인공 고와다는 "게으름뱅이"라고 불린다. 


'왜? 어째서? 주중에 열심히 일했으면 주말엔 좀 빈둥거려도 되지 않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당당하게 게으름 피우는 고와다에게 어느 순간 감정 이입이 되어 모험 속으로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집에서 토요일의 여유를 혼자 만끽하고 싶은 방돌이 고와다,
주말마다 너구리 가면과 망토를 쓰고 나타나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의의 사도 폼포코 가면,
정리 정돈에 일가견이 있고 탐정 사무소의 조수이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길치 다마가와,
일거리는 잘 가져오지만 수사는 흐름에 맡기는 자칭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탐정,
고와다를 집 밖으로 빼내어 같이 놀기를 좋아하며 주말을 충실하게 보내는 온다 선배와 모모키 커플,
온다 선배와 고와다의 상사인 것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는 미스테리한 고토 소장
폼포코 가면을 잡으려고 안달 난 알파카를 닮은 5대 등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각양 각색의 색깔을 내뿜는 이들 중 누가 진정한 게으름뱅이일까? 
부지런을 떠는 사람들 중에는 게으르고 싶은 욕망이 없을까? 
그들은 어떻게 모험에 빠지게 되는 걸까?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교토의 기온 축제 중 하나이 요이야마 때 시작된다. 즉, 교토를 빠삭하게 알고 있거나 요이야마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더욱 재밌게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 나는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요이야마에 대해 찾아봤는데 어마어마한 인파에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끊이지 않는 공연과 음식,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요이야마의 풍경이었다. 그래서일까? 축제와 상관없이 집에서 늘어지려던 고와다는 온다 선배의 요청으로 국수 먹는 모임에 참여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폼포코 가면은 갑자기 자신을 잡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쫓기며, 조수 다마가와는 길을 찾지 못해 내내 헤매고 온다선배와 모모키는 고와다를 잃어버리고, 고토 소장은 매우 피곤해 하며 5대는 폼포코 가면에게 무릎을 꿇는다. 

이 모험은 과연 끝이 날까?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저는 인간이기에 앞서 게으름뱅이입니다."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을 동경하여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는 게으른 주인공 고와다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게으르고 싶은 본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임무도 충실히 하고 어긋나 버린 흐름까지 바로잡는 지혜도 있는 남자, 주말에 좀 게으르면 어떤가- 그는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인걸! 그의 게으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같이 긴장이 풀려 같이 휴식하게 된다.

게으르고 싶은 욕망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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