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옮긴이의 말에 따라 책의 느낌이 달라지곤 한다. 번역을 위해 원서로 몇 번은 읽었을 옮긴이, 그보다 더 번역책을 잘 소개할 사람이 또 있을까? 1930년대에 여성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달려온 20세기 가장 멋진 여성 베릴 마크햄은 자신의 글에 자기를 뽐내지 않는다. 다만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나열할 뿐. 그래서 그녀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치열하고 버거웠음을 읽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다. 


꼭 최초이지 않아도 좋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라. 그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게 <이 밤과 서쪽으로>는 일단 이렇게 읽혔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옮긴이에게 전해진 작가의 도전을 나도 발견하고 싶어졌다. 그 전에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혼자만의 비행, 사자와의 조우, 코끼리 사냥, 경주마 훈련 그리고 아버지와 자신의 친구들. 책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의 주제이다. 아프리카 에세이이지만 하나 하나 이야기를 읽다보면 거기서 얻게 되는 지혜들이 있다. 


소문에도 이점이 있었다. 소문이라고 해서 나쁜 소식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무리 완곡하게 오가는 얘기라도 거기서 부당함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있다.


베릴 마크햄은 나쁜 소문의 부당함을 알아차린 에릭 구치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열여덟의 소녀는 경주마를 멋드러지게 훈련시켜 결승선에 들어갈 능력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였다. 소문과 차별에 무릎꿇지 않은 그녀가 얻어낸 승리였다. 


이제 하강기류가 뭔지 알겠죠. 산 근처에서 자주 만나게 돼요.

아프리카에서는 비 오는 날만큼이나 흔하죠.

미리 알려줄 수도 있었지만 당신에게서 실수할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었어요.


말을 사랑하여 훈련시키고 우승하게 만들던 그녀는 비행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비행에 도전한다. 그녀에게 비행을 가르쳐 준 톰 블랙은 그녀에게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죽기 직전에 살아남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도록 도울 뿐. 실수할 기회를 빼앗지 않은 그의 말이 내 뒤통수를 때린다. 나는 나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지 않으니까,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넓디넓은 아프리카를 책 한 권으로 어찌 다 담아낼 수 있으랴. 그럼에도 그녀의 글을 읽으면 아프리카 상공에서 보이는 아프리카가 눈에 아린다. 그녀의 신념과 의지와 행동을 닮고 싶다. 맹수와 마주했을 때나 비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한 조각 유머를 놓치지 않는 여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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