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종종 전원생활을 꿈꾸곤 한다. 마당에서 꽃과 식물을 키우며 여유롭게 사는 삶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김진영의 <마당이 있는 집>을 읽고나면 생각이 바뀐다. '혹시, 설마'~에서 '역시'를 남발하며 아파트만 선호하게 될지도. 

수란은 창이 넓고 마당이 있는 예쁜 주택으로 이사왔다. 주방을 통해 마당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정원을 파헤치다 시체를 발견했다. 하지만 아내 수란은 남편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는 아내에게 뭐든 해주는 완벽한 남자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를 잘 받드는 순종적인 아내이다.

그에 반해 상은은 남편의 폭력을 참다 못해 범행을 저지르는 여자이다. 보기에도 좋은 집에서 사는 주란과는 달리 좁은 아파트에서 맞벌이로 겨우 살아가고 있다. "못할 것이 없는 여자"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한번에 바꾸고 싶어한다. 

성격도 사는 환경도 정반대인 두 여자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진행된다. 처음에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는 어떻게 끝나는지가 궁금해졌다. 결말에 치닫을 수록 정반대의 이미지였던 수란과 상은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숨기고 살았을 뿐 어쩌면 처음부터 같은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은은 결혼 준비할 때 남편의 위협을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갔으며 수란은 자신의 가정이 빛나게 하기 위해 남편이 자신을 휘두르는 것을 용인했다. 

이 소설을 읽고 여러가지를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의 무서움 : 내가 가진 잘못된 시각으로 인해 범죄를 눈감아주는 일에 동참하게 될지도 모른다. 수란처럼.
2) 가출 청소년의 실태 : 살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 소녀들. 집을 떠나는 순간 그들의 보호막은 없다는 것을 부모도 자녀들도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3) 엄마의 역할 : 상은은 죽을 뻔 할 때도 뱃 속의 아이를 지킨다. 수란은 아들을 위해 남편을 위협한다. 가출소녀 수민은 가족이 된 친구들의 엄마가 되자 몸을 팔았다. 모성애란 못할 것이 없게 만드는 것인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여러 메시지를 담아 현실을 반영한 소설,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은 없는데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주는 미스테리 소설,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을 무너뜨려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