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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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과거를 지우는 연인 이야기하면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른다. 피터지게 싸우고 헤어진 뒤 서로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기억이 없으니 슬픔도 아픔도 없어야 하는데 남자주인공 조엘은 지워져 가는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을 찾아내고 사랑을 발견한다. 잊혀진 기억과 남겨진 마음을 가지고 클레멘타인을 찾아내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행복과 좋은 것만 있는 사랑이 아닌 고통과 희생도 껴안는 사랑을.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듯 다른 책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좀더 밝고 좀더 진취적이며 좀더 감정이 풍부하다. 사랑을 잃은 연인이 아닌 무스펙, 무통장, 무인맥, 무직 등으로 낙인찍힌 스물 아홉살 여자, "찰리"의 과거를 지우는 이야기이니까. 

이 책의 주인공 "찰리"는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많다. 내가 그녀라면 그런 과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기 힘들었을 듯 한데, 어디하나 기죽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대학 중퇴에 술집 알바로 연명하는 삶이 그녀에게 오점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을 때 말이지만. 당당한 그녀의 앞에 동창회 초대장이 도착하고, 수치감을 주었지만 한 때 사랑했던 모리츠의 등장으로 더 지우고 싶은 과거가 생성된다. 이보다 더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점을 찍었을 때 "과거를 지워주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지우게 된다. 그리고 새 삶을 시작하게 되는 찰리. 짠~ 하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과거는 지워도 본인은 "그 일을 기억"하기에, 그녀의 본성을 완전히 바꾸진 못하기에 다시 되돌아온다. 지운 과거를 하나하나 되살리며. 


'과거를 지웠다고 하필 모리츠랑 잘되는 이유는 뭐지? 기왕 지우고 싶던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살게 되었으면 모리츠와 행복하게 살지 왜 돌아가지? 왜 예전 모습을 못 버리는거야, 작가는 왜 이렇게 흘러가게 두었을까?' 책 읽는 내내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다 읽고 보니, 그 모든 과정이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그 한 사람을 찾는 여정이었다. 과거를 지웠다 되살리고, 옛 연인의 허상을 보고, 본인의 못난 모습을 직면하면서 바꿀 수 없는 자신과 바꾸지 않아도 맞는 남자를 보는 눈이 생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친구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달았다. 과거에 빠져있던 그녀가 과거를 직면하고 관계 회복을 위해 용서를 구하고 과거의 상처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더욱 단단해졌다.


찰리는 못난 점 투성이이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을 아껴주며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할 힘이 있는 여성이다.  나도 연약한 점이 많고 잘난 스펙이 없어 SNS를 볼 때마다 비교되어 열등감이 올라오는데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한 찰리를 본받아 내 모습을 더욱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찰리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지우고 싶은 과거라며 혼자 웅켜쥐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들도 이제 내보내려 한다. 찰리에게 팀과 게오르크 아저씨가 있듯 나에겐 가족이 있으니까-


화려한 친구들의 스펙에 주눅드는 분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분께,

찰리와 "지우고 싶은 과거" 배틀하고 싶은 분께,

과거를 용서하고 현재를 사랑하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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