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목에 끌렸다. 사랑과 스테이크의 연결. 나는 20대에 데이트할 때 스테이크를 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스테이크가 데이트의 상징물 같았던 시절이다. 이 책도 아마도 스테이크를 매개로 한 사랑이 전개되겠지?
책을 받았다. 첫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유채 물감으로 그린 것 같다. 예술 작품이다.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인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그런데 왜 혼자일까? 맞은편 의자는-누군가가 막 떠났는지-15도 정도 돌려져 있다. 이 여자는 바람을 맞았나? 테이블 위에는 포도주가 엎질러져 있다. 불길한데?
이 책의 저자는 고요한 님이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녈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소개되어 유명하게 되었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이 책에는 종이비행기를 포함하여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라는 것을 책 제목으로 선정한 것은 아마도 작가가 8개 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불임 부부를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자는 정자수 부족으로 40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한다. 정자 제공자를 찾던 중 영국 유학파인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스테이크 남자는 3번의 잠자리에 500만 원을 요구한다. 이 제안에 불임 남자는 계약을 하고 자기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아내는 깜짝 놀란다. 어떻게 다른 남자랑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은 정말 사랑하기는 한 걸까?'라는 고민이 이 소설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3번의 잠자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임신에 실패한다. 불임 남자는 다시 한번 스테이크 남자에게 아내와 한 번 더 관계를 요구한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와 아내는 계속 갈등한다. 정말 아이가 더 중요한지 부부간의 사랑이 더 중요한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소재를 소설로 끓어들인 것 같다. 요즘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불임 부부가 늘어나면서 불임 클리닉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건 사실이다. 작가는 스테이크를 가운데 두고 아이를 위한 두 사람의 욕망을 표현해 주고 있다. 만약 나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작가는 짧은 단편소설을 통해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에는<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외에도, 몽중방황, 나뭇가지에 걸린남자, 프랑스 영화처럼, 종이비행기,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 도마뱀과 라오커피, 오래된 크리스마스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공통된 특징은 작품의 소재가 정말 독특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이야기 일수도 있는데 한발짝 물러서서 작품을 음미한다면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고요한 님은 보통사람의 생각을 뛰어넘고 통통 뛰는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아메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