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스테이크라니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제목에 끌렸다. 사랑과 스테이크의 연결. 나는 20대에 데이트할 때 스테이크를 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스테이크가 데이트의 상징물 같았던 시절이다. 이 책도 아마도 스테이크를 매개로 한 사랑이 전개되겠지?

책을 받았다. 첫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유채 물감으로 그린 것 같다. 예술 작품이다.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인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그런데 왜 혼자일까? 맞은편 의자는-누군가가 막 떠났는지-15도 정도 돌려져 있다. 이 여자는 바람을 맞았나? 테이블 위에는 포도주가 엎질러져 있다. 불길한데?

이 책의 저자는 고요한 님이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녈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소개되어 유명하게 되었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이 책에는 종이비행기를 포함하여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라는 것을 책 제목으로 선정한 것은 아마도 작가가 8개 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불임 부부를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자는 정자수 부족으로 40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한다. 정자 제공자를 찾던 중 영국 유학파인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스테이크 남자는 3번의 잠자리에 500만 원을 요구한다. 이 제안에 불임 남자는 계약을 하고 자기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아내는 깜짝 놀란다. 어떻게 다른 남자랑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은 정말 사랑하기는 한 걸까?'라는 고민이 이 소설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3번의 잠자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임신에 실패한다. 불임 남자는 다시 한번 스테이크 남자에게 아내와 한 번 더 관계를 요구한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와 아내는 계속 갈등한다. 정말 아이가 더 중요한지 부부간의 사랑이 더 중요한지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소재를 소설로 끓어들인 것 같다. 요즘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불임 부부가 늘어나면서 불임 클리닉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건 사실이다. 작가는 스테이크를 가운데 두고 아이를 위한 두 사람의 욕망을 표현해 주고 있다. 만약 나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작가는 짧은 단편소설을 통해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에는<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외에도, 몽중방황, 나뭇가지에 걸린남자, 프랑스 영화처럼, 종이비행기, 나는 보스턴에서 왔습니다. 도마뱀과 라오커피, 오래된 크리스마스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공통된 특징은 작품의 소재가 정말 독특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이야기 일수도 있는데 한발짝 물러서서 작품을 음미한다면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고요한 님은 보통사람의 생각을 뛰어넘고 통통 뛰는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아메바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