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스노우 엔젤? 제목만 보면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한 소설인 것 같다. 눈과 천사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아주 먼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의 한 호숫가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서 출발한다. 노인은 알 수 없는 오묘한 말을 한다. "이제 곧 천사는 최후의 레시피라는 주문에 의해 봉인에서 풀려나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겠지. 이윽고 천사는 증식에 증식을 거듭하여 세상 구석구석까지 날아갈 게야. 그리고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이 인간 세상을 뿌리부터 바꿔버리게 될 테지."(p.17) 이 구절을 읽을 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 갈수록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약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마약 하면 유명 연예인이나 하는 줄 알았다. 한 번씩 잊을 만하면 TV 뉴스 속에서 연예인과 마약에 관한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본 내 마약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쓰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마약은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주부나 학생에까지 이미 퍼진 상태다. 그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연스레 늘어만 가고 있다. 나도 이 소설을 통하여 마약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함께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스노우 엔젤>의 작가는 유명한 가와이 간지 님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출판사에서 근무 중이다. 법학부를 졸업하고 소설을 쓰고 계신다. 범죄 관련 소설은 법과 연관성이 있어서일까? 탄탄한 법적 지식 기반 위에서 쓴 스토리라서 더 현실감이 느껴진다.

긴자 사건이 발생한다. 긴자의 보행자 전용도로에서 차를 몰고 폭주해 사람을 몇십 명이나 죽인 운전자가 결국 백화점 9층에서 투신해 죽는다. 그는 환각상태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을 좀비라고 생각한다. 투신하면서도 천사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환상에 빠진다. 이 모든 게 "스노우 엔젤"로 불리는 약물 때문이다.

이 사건을 풀어갈 인물로 진자이 아키라가 등장한다. 그는 9년 전, 동료 형사 히와라 쇼코와 변호사 부부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면서 범죄자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다. 히와라 쇼코는 현장에서 죽었고, 동료의 죽음을 현장에서 본 진자이는 복수심에서 다섯 사람을 살해한다. 그 사건 이후 경찰직을 잃고 사망처리된 상태서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경찰과 마약국은 긴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옛 경찰이었던 진자이를 찾아가 부탁한다. 진자이가 이 사건에 투입되면서 마약의 판매 루트랑 제조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마약은 음지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사건의 수사 역시 모두 은밀하게 진행된다.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서 마약에 대한 많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일반인들이 마약을 왜 하게 되는지? 유통되는 마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마약에도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마약을 어떻게 주고받는지 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 있는 이야기다. 세계 최초의 완전한 약물인 <스노우 엔젤>을 이용해 세상을 재건하려는 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체포할 것인지? 흡입력 강한 도입부와 치밀한 구성이 끝까지 이 책을 읽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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