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수련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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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동안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한국적이 색채를 띠는 것은 거의 없었다. <바리스타 탐정 마한>은 가장 한국적인 추리소설이다. 19세기 조선시대 후기와 현대를 넘나드는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소설이다. 특히 조선 후기 서민의 혼과 애환이 담긴 민화에 대한 이야기는 민화에 대한 나의 시각을 훨씬 넓어지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읽은 그 슬픔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고자 했던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 작품의 소재가 한국의 전통문화인 민화라는 것에 큰 공감을 하였다. 작가 양수련 님은 '텃밭 대신 글밭을 일궈 이야기 씨앗을 심고 생각의 나무를 키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쓴 소설은 <호텔마마>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이 있는 데 <호텔마마>는 KBS 라디오 문학관에 방송되었고,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은 <바리스타 탐정 마환> 속에도 등장한다.

이 소설은 '평생도'를 찾아 떠난다. 평생도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인생관과 삶의 궤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어에 나타나듯이 평생에 간직해도 좋을 듯한 역작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평생도를 양반이 아닌 도화서의 노비가 그렸다. 그 노비는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동안 그림으로 간직하고픈 마음에 7일 밤낮을 먹지도 않고 그림에만 몰두하여 드디어 완성하였다. 그 아비의 마음을 담아서 평생도를 부심도(아비의 마음)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그림을 노비가 그렸으니 도화서 양반의 시기와 질투를 샀음에 틀림없다.

어느 날 검정색 스포츠형 렉스턴을 탄 신사가 소문을 듣고 탐정 환을 찾아온다. 그는 평생도의 역작 중 하나를 손에 넣었고 나머지를 찾아 달라고 환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는 와중의 헌책방을 하는 환의 지인 한 명이 그림을 도둑맞은 사실을 환에게 알려온다. 환은 그림을 찾아 여러 사람을 탐문하러 다닌다. 사찰에 불화를 그려주는 스님, 황학동 풍물시장의 노인,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의 실장 등등. 이런 탐문 과정에 일어나는 민화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들이 나의 맘을 사로잡는다. 탐정 환의 옆에는 항상 유령이 동행한다. 19세기에 26세로 죽은 이 유령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함께 환과 동행한다. 환은 카페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커피 이름에 '고수레 커피'라고 작명을 하고 유령에게 바친다. 지극히 한국적인 설정이다. 이 유령은 환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서울과 도쿄를 오가면서 평생도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 나간다.

19세기 후반은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도화서를 통하여 온갖 예술작품들이 탄생한 조선 예술의 황금기였다. 그림은 더 이상 양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민화다. 민화는 우리 선조들의 통과의례를 지켜온 산증인이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예술이다. 서민들에게 인기를 톡톡히 누렸을 것이다. 태평성대를 이룬 시기라 먹고사는 걱정이 줄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진 때였으니 평민들도 대청마루에 장식용으로 그림을 걸어두고 즐겼을 것이다.

<바리스타 탐정 마한>은 나에게 민화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혹시 우리 집에도 민화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이곳저곳을 들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책은 부성애를 잘 표현하고 있다. 세월을 뛰어넘어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평생도. 이 이야기를 내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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