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54. 나이 듦의 즐거움 중 하나는 어느샌가 무슨 일이든 복잡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호르몬의 변화인가? 다툼과 싸움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꾸준히 스스로 시간을 견뎌내며 마음을 청소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나는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은 사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책 읽기를 소홀히 하였는데, 이제는 책 읽는 것이 나의 삶의 완전한 일부가 되어 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보는 반성을 시간을 자주 갖는다. 또한 잠깐의 명상을 통하여 새로운 나를 발견해 나간다.
<50이라면 마음 청소>라는 이 책에 내가 끌린 이유는 첫째, 50이라는 나이 때문이고, 둘째는 마음 청소를 어떻게 할까?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였다. 이 책은 마음 청소라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청소를 어떻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인 '오키사치코'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로 청소 및 가사지원 서비스 업체 FRAU GRUPE 대표다. 30년간 청소업체를 운영해온 청소의 달인이다. 일명 '청소의 카리스마'라고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 FRAU GRUPE'는 저자가 독일 유학시절 주인집 할머니 이름이다. 그 할머니를 통하여 청소의 소중함을 배웠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아예 할머니 이름으로 한 것이다.
처음 이 책을 펴면서 실제 집 청소 이야기에 좀 당황을 하였지만, 읽어나가면서 청소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집 청소가 곧 내 마음의 청소가 되는 것이다. 집 청소를 통하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앞으로의 인생도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생활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청소 기술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가스레인지를 사용한 후에는 잔열이 남아 있을 때 행주로 더러워진 부분을 닦아내야 한다. 잘 지워지지 않는 찌든 때도 바로 닦아주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정답이다. 난 지금껏 청소는 자꾸만 미루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바로바로 그때그때 해야 훨씬 효율적임을 배웠다. 때가 더 찌들기 전에 관리하는 마음이다. 정돈된 공간만이 주는 고적한 단정함과 쾌적함은 찌든 마음의 주름을 펴준다.
50부터는 주변을 정돈해야 한다. 이것이 곧 마음 청소로 이어진다. 저자는 신입사원이 오면 제일 먼저 이렇게 이야기한단다. '청소를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청소를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청소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50이라면 마음 청소>에는 청소를 잘 하기 위한 테크닉을 소개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바로 즉시 하라는 것이다. 몰아서 하려면 에너지가 배로 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동작(예를 들면 닦거나 문지르는 것)을 반복하면 매우 피곤하다. 체력이 좋다고 해도 격렬한 동작을 무리하게 하면 몸과 마음 모두 고갈되기 때문이다. 더러운 게 안 보여도 정기적으로 쓸고 닦으면 항상 집이 깨끗하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목표를 세웠다. 하루에 5분만 청소하자. 청소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5분이라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드러나지 않았을지라도 조금씩 조치하고 정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발산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 '더러워서 신경 쓰이니까'가 아니라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하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나만의 아지트에서 마음 청소를 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혼자서 조용히 사색에 잠기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은신처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왕이면 녹색의 숲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좋겠지. 나는 멀지 않은 곳의 나만의 은신처를 찾았다. 눈으로는 나무의 녹색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귀로를 숲속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코로는 특유의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5감이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여기서 그냥 멍하니 혼자 있기도 하고, 책 한 시간 정도 읽기도 한다. 나만의 은신처에서 혼자만의 놀이를 한다.
<50이라면 마음 청소>는 50이 아닌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배울 것이 많다. 우리는 나이 들어가면서 절대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위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