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라피스트란 치료사란 뜻이다. 사전적 정의는 정신적 육체적 병을 고치는 직업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심리 치료사란 용어고 테라피스트가 쓰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사라'가 테라피스트이면서 소설의 줄거리를 1인칭 화법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헬레네 플루드'로 심리학자이면 2016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문분야는 폭력성, 재피해자화, 트라우마와 연관된 수치심과 죄의식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살고 있다. 소설 속에는 노르웨이에 관한 지명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눈 덮인 오슬로에서 스키를 타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 속에는 만다라 컬러링 카드 10장이 함께 들어있다. 난 이 용도를 잘 몰라서 만다라를 검색해 보았다. 만다라는 산스크리트 어로 낱말 자체는 원을 뜻한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 모두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만다라의 기본 형태는 사각형의 중심에 원이 있다. 아마 이것이 우주의 '본질'을 뜻하는 것 같다. '만다라 테라피'라는 것은 만다라 문양을 이용하여 심리적인 안정의 꾀하는 심리 치료인 것 같다.

<테라피스트>는 심리학자가 쓴 심리 스릴러라는 것에서 주목받는다. 소설가가 아닌 심리학자가 직접 글을 쓴 것이다 보니, 심리에 대한 설명이 소설의 깊이를 더해 준다. 마치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심리 놀이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단 책 표지부터가 완전 검은색 바탕에 흰색 의자 두 개가 대비를 이루면서 뭔가 심오한 스토리를 예상하게 만든다. 이야기 속에서 심리학자가 고객을 상담할 때 고객을 먼저 방으로 들어가게 한 후 의자를 선택해서 앉게 만든다. 이때부터 그 사람의 심리는 파악되는 것이다.

사건의 스토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추리소설이 대부분 반전을 추구하지만, 이 소설을 그 반전에 반전을 한 번 더 더해서 마지막 쪽에 가서야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한마디로 쇼킹!. 나는 이 책을 5일 동안 나눠서 조금씩 조금씩 읽어 나갔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오히려 작가의 심리 세계로 푹 빠져들고픈 욕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사건은 3월 6일 금요일 일어난다. '시구르(건축가)'는 친구들(토마스와 얀 에리크)과 스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사랑하는 '사라(심리치료사이자 시구르의 아내)'를 홀로 남겨 둔 채로. 베라는 금요일 상담환자 3명(베라, 크리스토페르, 트튀그베) 과 선약이 되어 있다. 베라와 상담하는 동안 시구르가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헤이, 러브, 우린 토마스네 산장에 도착했어. 여기, 아 여기 좋네, 난 ...... 얀 에리크야, 얀이 지금 땔나무로 장난을 치고 있거든, 완전 천치 같아. 난 ...... 그만 끊어야겠어. 그냥 도착했다고 말하려고 걸었고, 어, 응, 나중에 전화할게. 몸조심해. 그래, 안녕. "

사라는 문자를 보고서 벌써 그가 그리워진다. 남편의 목소리를 듣는데 횡격막이 내리눌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런데, 오후에 얀 에리크가 전화가 온다. 시구르가 약속 장소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시구르는 9시 30분에 도착했다고 사라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겨 두었는데. 시구르와 얀 에리크. 둘 중 한 명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후에 시 구르는 크록스코겐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등에 총상을 두 방 맞은 채. 과연 누가 시구를 죽였단 말인가? 그리고 왜 시구르는 토마스네 산장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아내에게 거짓으로 음성 메시지를 남긴 것일까?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본 범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소설은 부부 사이의 관점을 심리학적으로 잘 다루어 준다.

'부부는 수많은 방식으로 서로를 실망시킬 수 있다. 자기 자신한테도 실망할 수도 있고. 그때 다른 사람이 다가온다. 젊고 너그러운, 아무것도 요구하니 않는 사람이다. 당신이 그냥 당신이라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돈을 더 벌거나 일을 더 하거나 더 잘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사람. 오랫동안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껴온 사람에게 자신을 더 관대히 해석해 주는 누군가는 너무나 유혹적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젊고 예쁘다면...' 이 대목은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원인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다. 100% 공감한다.

사라와 시구르는 결혼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이 책에서 사라과 시구르의 관계를 따로 글씨체를 바꾸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좋지 않았던 과거가 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 섬에서 청산된다. 이곳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훼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소설의 재미를 더 해 준다. 카나리아 제도는 대서양에 위치한 곳으로 한때 한국의 원양어업 전초기지였던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지정된 스페인 령의 제도이다. 나도 휴가 때 한 번 다녀온 곳이라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소설 속에 푹 빠져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한 번에 후딱 읽어버리기엔 아까운 책이다. 난 무슨 공부를 하듯이 이 책을 읽었다. 다 읽은 후 또 한 번 더 읽었다. 전문 심리학자가 쓴 소설이기에 횡간에서 느껴지는 의미가 독특하다. '헬레네 플루드'의 두 번째 소설이 벌써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