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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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에 비유하곤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생각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단순히 TV만 따라가면서 즐기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죽도록 즐기기>란 책 역시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쓰였지만, 그 내용과 구성은 탁월할 뿐 아니라 강렬하고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처음 읽을 때는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TV 매체가 지배하는 시대에, 무슨 이런 말씀을 하는가 하고 의구심이 들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 '닐 포스트먼'의 생각이 옳다는 것에 점점 동의하게 되었다.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비평과 교육 분야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로서 각광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관심 영역은 주로 미디어와 교육의 관계였다. 그는 초중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가 교육에 주는 부작용을 역설해 왔다. 미디어 포화 상태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의 전자식 작동 창문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TV도 거의 보지 않고 있으며 글도 손으로 직접 쓰는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취해 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날로그식 생활을 추구하시는 분이다.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다니.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TV를 켜고, 퇴근하자마자 또다시 TV를 켜곤 한다. 특히 저녁에는 TV를 한 번 켜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계속 켜 놓기까지 한다. TV 보다 보면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서너 시간이 흘러가곤 한다. 텔레비전은 볼거리와 재미를 요구한다. 지식보다는 유행이나 시청률을 의식한 흥행을 선호한다. TV 매체 같은 시각적 세계에는 생각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저자도 생각은 막간이 아닌 행간에 존재한다고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더 무서운 것은 텔레비전이 '정보화'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엉뚱한 쪽으로 이끌어가는 정보, 상황에 그릇된 정보를 유도해 가기도 한다. 저자는 텔레비전이 고의적으로 세계를 일관성 있고 합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매체가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그의 경고 메시지를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 TV, SNS, 유튜브가 판을 치는 세상에 등장한 <죽도록 즐기기>란 책이 나타났다. 이 책은 포스트먼의 예언자적인 통찰과 날카로운 분석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우리는 지나치게 "재미"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TV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으면서 행간의 숨은 의미를 사색하는 시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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