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제목에서 왠지 모를 깊은 맛을 느낀다. 그래 맞아. 작가는 돈이 안되잖아. 그래서 밥벌이는 따로 해야 하고.
나도 작가이고 싶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내가 내야 할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매일 무언가를 쓰고 있다. 누가 억지로 시키는 일도 아닌데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그날은 왠지 허전하다.
이 책의 저자는 '김바롬'이다. 지난 10년간 각종 밥벌이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 돈을 벌기 위해 참아야만 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 청소 공사판, 세차장, 농장, 식당, 공장, 심지어 호주에 가서 워홀까지. 그러는 동안에도 항상 글쓰기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쓰고 있다. 그는 얘기하고 있다. '무언가를 쓰는 이상 나는 이미 작가고 앞으로도 작가일 거라고. 비록 여전히,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배려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김바롬 작가도 다양한 알바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리저리 부닥치고, 힘들어 지치기도 하고, 욕지기가 올라올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때의 상황을 글로 써 내려가면서 인생의 참 의미를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작가가 33세의 나이라는 것에 놀랐다. 마치 50세 이상인 나보다 더 인생을 많이 산 것처럼 그의 글들이 구수하다. 나랑 친구해요. 김바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