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흘러가는 동안에도
박혜숙 지음 / 별빛들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시키지 않다도 글을 쓰고, 책을 만드닌 일을 좋아한다는 박혜숙 님의 에세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동안에도>를 만났다. 이 책은 글 제목 그대로 일상에 스며들어가 있는 잔잔한 이야기를 소재로 구성되었다. 가족, 커피 수기, 친구와 이별, 할머니와 이별, 아버지와 나눈 행복에 관한 이야기 등등. 박혜숙 작가의 뛰어난 감수성으로 스토리를 잔잔하게, 진지하게 풀어나간다.

박혜숙 작가님은 문예창작과를 나와 작가 지망생이 꿈이었다. 학교다닐때 교수님이 박혜숙 작가에게 글쓰는 재주는 모자라는데 세탁소집 딸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졌다고 말씀 하셨다. '글 쓰는 재주는 모자라는데 ...' 라는 말이 당시의 박작가에는 상처로 남았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님 말씀의 뜻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글쓰기는 재주보다 생각하고 거를 줄 아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세탁소집 딸이라는 것이 글쓰는데 왜 유리한 지를.

글쓰기는 재주나 재능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나의 삶,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가의 부모님은 세탁소를 운영하시고 바로옆에서 박 작가는 커피수기를 경영하고 있었다. 부모와 늘 함께 살면서 늘상 좋은 이야기만 써내려 갈거란 나의 예상과 달리, 작가님의 글은 너무 현실적이고 때로는 슬프다. 가족이란 매개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 받아야 하고 아끼는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쉽게 대하고 상처받는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들도 많다. 가족이니 다 이해해 주겠지,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 기대하면서. 이러한 사소한 가족간의 일상사를 작가 특유의 문체로 막 써내려 간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누군가의 뒷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약간은 헝클어진 머리, 등짝이 나온다. 자신의 뒷모습 사진은 원래 잘 알 수가 없다, 보려고 해도 쉽게 볼수가 없으니. 누가 사진 찍어주지 않으면 못본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동안에도>에서 박혜숙 님은 ' 내 뒷모습 같은 것. 내가 나한테 내 뒷모습까지 써서 보여주는 거예요.' 라고 얘기하고 있다. 독자를 생각해서 쓴 것이 아니고, 단순히 내가 나한테 쓰는 이야기라고 한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쓰는 글은 참 쓰기 힘들다. 남들 눈에 좋게 보일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다 보면 불편하게 읽히기 마련이다.

작가는 종이위에 글쓰는게 그냥 즐겁고 좋다고 한다. 시간을 정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쓰고 싶을때 끄적인다. 걷다가, 울다가, 커피만들다가, 눈 내리는 것 보다가, 버스창으로 바깥 풍경 보다가, 문득문득 생각날 때 그냥 써내려 간다. 이것이 작가의 인생이다. 이 글 또한 그 누구도 아닌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하여 나 자신을 그려내고 있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이 약간의 수치심도 있겠지만, 작가는 자신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누군가가 옛날 초등학교 시절,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30년 훨씬 지났는데도 기억하여 나에게 전해 줄때, 난 깜짝 깜짝 놀란다. '그래 그때 내가 그랬었지.' 하면서 마음의 필름을 되돌려 본다. 추억을 오래 기억하는 일, 순간을 기록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추억에 잠긴다. 내 가족이 생각 나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나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온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할 지 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박혜숙 작가가 에세이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내는 글의 힘이다.

'나의 부모님은 좋으면 좋다고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라는 구절이 나온다. 부모님은 항상 자식들을 위하여 당신의 것은 양보하신다. 곁에 계실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제와서 깨닫는다.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라는 말을 왜그리 아꼈는지! 이제는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자책한다.

작가는 지금 나의 기분을 전하고, 지금 즐기고, 지금의 시간을 혼자 나중에 돌아보지 말고 지금 느끼며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노을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이 지는 것 같아 눈물을 흘리지 말고, 아직 한참 남은 눈부신 날들을 누리면서 살아가라고. <잔잔히 흘러가는 동안에도> 에세이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래지향적인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별빛들)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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