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백 번의 로그인 - 글쓰기 공동체를 꿈꾸는 열두 사람의 100일 글쓰기
이미란 외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오백 번의 로그인? 어떻게 500번 그리고 왜 500번이나 로그인하는지? 책 제목이 궁금증을 만든다. 서문에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책글연대>와 <갈매나무 독서회>의 구성원들 중 5명이 '100일 글쓰기'의 모임에 참여를 한다. 2017년 3월에 제1기를 시작하여 2019년 3월까지 총 5기에 걸쳐서 모임이 진행되었다. 100일 글쓰기의 다섯 시즌에 모두 참여한 사람은 500일 동안 500번 이상 카페에 접속해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500번의 로그인이라는 제목이 붙혀지게 되었다. 물론 회원들은 동료의 글을 읽고 댓글도 썼기 때문에 실제로는 500번 이상 접속해야 한다.
여기 참석하신 분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나도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매일 쓰지는 못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한다. 10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써서 포스팅을 해 주신 분들은 얼마나 독한 마음을 품었을까? 작가 이미란 님은 이렇게 글을 쓰면 글쓰기 근육이 키워질까?라는 의문을 달았는데, 글쓰기 근육뿐만 아니라 뼈대와 체력까지 더욱 단단하게 형성되었으리라 확신한다.
글의 형식은 각각의 작가분들이 자유 수필 형식으로 쓰셨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현상들을 본인들의 감수성과 감각을 발휘하여 맛깔스럽게 쓰셨다. 특히, 본문 밑에는 댓글로써 글에 대한 생각을 코멘트 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 읽는 것도 아주 재밌다. 마치 그 현장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쳇~"이라는 솜사탕님의 글을 보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노후되어 자주 시동이 꺼진단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자꾸만 시동이 꺼지니 불안심리가 오죽하겠는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블랙박스를 단다. 보통 블랙박스는 다른 차나 사람이 자신의 차를 위협할 경우를 대비해서 녹화하기 위해 달지만, 솜사탕님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차가 혹시나 스스로 사고를 낼까 봐 블랙박스를 달았다. 그러면서 던진 한마디, '나도 늙어가느라 이유 없이 피곤한데, 차까지 이러면 곤란하다. 쳇~". 이 문장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감 가는 구절이다. 요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왜 그리도 나를 힘들고 피곤하게 하는지?
이 책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통하여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즐거우면 행복감에 사로잡혀 멋진 필력으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
'학연, 혈연, 지연 중 최고는 지연'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내 주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정의를 슬리퍼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슬리퍼 끌고 걸어서 갈 수 있는 반경 내를 지역사회라고 하고 "슬리퍼 마실"이라는 멋진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요즘은 도시화하면서 내 주변에 이웃이 누가 살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풍요 속의 고독이다. 정말로 가까운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슬리퍼 질질 끌면서 동네 카페나 술집을 찾아다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게 늙어갈까를 상상해 본다.
글을 쓰신 분들 중에는 크리스천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성경을 기초로 한 종교적인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평화교회 목사님이신 'second rabbit'님이 한때 중국에 가셔서 중국인 가이드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가이드에게 당신도 기독교인인가요?라고 물었더니, 'Yes, sometimes'라고 대답했다. 순간 피식 웃었지만, 돌이켜 보니 '나도 그렇더라'라고 고백하신다. 우리가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경우, 매 시간 매 분 매 초를 기독교인으로 살 수는 없으니, 우리 인생은 전부 sometimes인 것이다. 'sometimes'가 주는 묘한 매력에 잠시 빠져본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또 써야 한다. 계획서, 소개서, 보고서, 결과 평가서 등등. 글쓰기는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항상 어색하고 주눅이 든다.. 첫 단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부터가 어렵다. 그것은 아마도 뭔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단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일 것이다.
<오백 번의 로그인> 이란 책에는 이미란 님 등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수필 형식으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글이라서 그런가? 모두가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가?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 단순한 가십거리를 통하여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다 읽고 나면 무슨 교훈서 하나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께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