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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역사 -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나체 이해 방식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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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정의
- 성적 행위를 행하거나 생각하거나 목격하게 될 때 인간이 느끼는 부끄러움, 곤혹감;그런 감정을
  느끼는 지속적 성향.
- 자신의 품위가 금기시한다고 여겨지는 것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곤혹감.

 

책을 펼쳐 두 장 정도 넘길 때 쯤이면 책 제목이자 책의 주 내용이 되는
'수치심'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다.
정의는 비단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치심은 본인이, 그리고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부터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생겨 난 것이 이다.
수치심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그것이 여러 방식으로 그리고 때로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확인 되어 진다.
부끄러움이 없었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던 때는 수치심이라는 말이 쓰여지지 않았다.
하다 못해 지금 지구상 어느 곳에 살고 있는 흔히 '부족'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무리들 중에는
아직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로의 중요한 곳을 가리지 않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른다.
책에 나와 있듯이 수치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적어도 '자연스러운' 것 이다.

 

과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1세는 극도의 부끄러움 때문에
관례와는 달리 혼자서 변기에 앉았다.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도왔던 카스티야의 여왕이사벨 1세는
암을 앓고 이었지만 수치심 때문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보이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책은 목욕과 옷, 의학, 침대, 나체행진, 변기 의자, 조형예술 등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벌어졌던, 수치심이 느껴졌던 과정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수치심의 역사'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결합되거나 분리되어 온
'몸을 드러내는 것'과 수치심의 관계를 일상 생활과 예술 작품을 통해 잘 표현 한 책이다.

 

비록 책을 통해 에로티시즘이 포르노가 되고 예술이 외설로 넘어가는 지점이나
대체 수치심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치심'이란 단어가 어떻게 느껴지고 있고 어떻게 거쳐 왔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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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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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처음 접한 건
이석원 작가에 대한 팬심도 아니었고, 산문집을 유난히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흉흉하던 어느 날,  샛노란 표지와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흔히들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책도 첫 느낌이 제법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도 중요하지만 난 가장 처음 접한 글에서
‘보통의 존재’에 대한 느낌을 토대로 이 책을 설명하고 싶다. 
 

첫 페이지를 넘겨 가장 먼저 접한 글의 제목은 책 제목만큼이나 normal했다.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 했으면서>

나는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 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잠시 잠깐 만난 사이에서는 결코 손을 잡고 영화를 보거나
거리를 걷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으니까. 
 

손을 잡는 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나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 이석원, 보통의 존재 中

 

나 또한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책에서 이 글을 읽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석원이란 작가가 너무 반가웠다. 
 

손을 잡고 있는 그 감촉이 좋고,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따뜻함이 좋고,
오래 잡고 있을수록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그 느낌이 참 좋다. 
 

누구나 연애 혹은 결혼 등에 관한 로망은 하나 둘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그 '로망'을 가지고 있다. 

'손만 잡고 잘게'
이 유치한 말을 지키며 정말 손만 잡고 잠들어 보고 싶은 로망.
추운 겨울 날, 시려운 손을 주머니에 같이 넣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로망.
극장에서 손잡고 영화를 보는 유치찬란한 로망.

손을 잡는 다는 건
어찌보면 참으로 쉬운 일이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난 손 잡는 게 참으로 어렵고 떨리고 설렌다.
손을 잡는 다는 건, 그저 유치찬란한 내 소박한 '로망'이다.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는 이상한 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
내 소박한 ‘로망’ 또한 보통의 감정이라는 걸 알게 해 줬다. 
 

또한 나,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 이별, 아픔, 절망, 아쉬움, 실패 등...
그 모든 것들이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뿐이고
나 또한 그 보통의 존재일 뿐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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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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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에 이은 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난 뒤, 나오자마자 산 책. '청춘불패'. 이외수가 쓰고 정태련이 그리다. 역시 둘의 찰떡궁합이 돋보이는 책이다.   

난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글귀가 있으면 책 모서리 윗 부분을 살며시 접어놓는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싶을 때 그 접어 놓은 부분만 읽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외수의 '청춘불패'는 유독 접어 놓은 윗부분 모서리가 많다. 그만큼 마음에 와 닿고 새겨 넣을 글귀가 많았다는 뜻이다.  

'하악하악'에 이어 이외수의 장점, 즉 길면서 여운을 주거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돌아보게 하는 글과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글들의 완벽 조화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백발에 콧수염, 쭈글쭈글 이마와 얼굴에 주름 투성이인 할아버지가 이토록 감성적이며 때론 열 여덟 소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가에 의문이었으며 그런 글을 쓰는 이외수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자살이 난무하는 세상에 대한 진심어린 충고와 더불어 샘솟는 용기, 사랑에 대한 아픔을 쓰다듬어 주는 듯한 감성적인 글들...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靑春' 을 위한 글들로 책 한 장, 한 장. 글 한 줄, 한 줄 버릴 것 없고 스쳐지나치며 읽을 수 없이 모두 가슴에 새겨 넣을 글들로 가득했다. 중간 중간 나오는 1946년 생 할아버지 이외수의 인터넷 용어들은 입가에 피식- 거리는 웃음을 선사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간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요즘 젊은이들의 아픔을 알고 다독여 주는 듯, 그러면서도 본인도 겪어온 일 들을 우리에게 말해주며 나 또한 그렇고 너 또한 그렇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 그렇다. 그러므로 힘을 내라. 이런 메세지 아닌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 했다.  

'청춘불패'.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건 이시대의 청춘들이 아닐까 싶다. 막연하게 공부만 하는 학생의 신분도 아니며 이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인생의 끝자락도 아닌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나이. 청춘들에게 주는 인생선배 이외수는 감성적으로 그리고 위로와 희망으로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정태려의 글이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고, 향기 나는 책갈피가 후각의 기쁨을 더해주고, 짧으면서도 강한 글이 가슴에 새겨진 책이다.

책 뒤에 새겨진 글귀. 마음에도 새긴다.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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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o I Love You? (Board Books)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매리언 데인 바우어 글 / Cartwheel 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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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 가 1탄이었다면,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Hoe do i love you)'는 2탄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얼마전 조카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읽게됐습니다.  

자연이나 동물 혹은 사물에서 느끼는 행복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사랑의 표현으로 옮겨담은 책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혹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 같지만 성인인 제가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벌이 꽃을 사랑하듯, 새가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듯, 고양이가 따뜻한 창턱을 사랑하듯...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이 되든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그림과 글에서는 물론, 읽는 내내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알아 듣는지 조카도 연신 생글생글 거렸구요.^^  

하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보다 더 값어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사랑해'라는 이 말 한 마디가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늘 말을 하는데 있어 망설이고 쑥쓰러워 잘 하지 못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새 입에 '사랑해'라는 말이 붙어 어색한 게 사라지더군요.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읽어 주기 좋게 만들어졌지만, 특히나 가족에게 쑥쓰러워 잘 하지 못 하는 '사랑해'라는 말을 전할 수 있어 '가족적인 책'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I love you as the waking bear loves the smell of spring'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곰이 봄 냄새를 사랑하듯이 너를 사랑해.)

전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봄 냄새를 맡는 웃는 얼굴의 귀여운 곰 그림도 좋았고, 코 끝에 봄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런 느낌이 상상되 좋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쉽지만 쑥쓰럽고 어색해 잘 하지 못 하는 말. 책을 부모님에게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부모님께하는 '사랑해'라는 말이 조금은 덜 쑥쓰러울 것 같습니다.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이 책은 '사랑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는 행복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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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 어느 교도관의 첫 사형 집행기
김영옥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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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젊은이들이 겪는 지독한 취업난. 주인공 재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경쟁률이 낮은 교도관에 지원해 합격한 재경은 취업난에 시달리다 합격의 기쁨을 맞보는 여느 젊은이들 처럼 뛸 듯이 즐거워 하지만 그의 교도관 생활은 처음 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교도관 선배 종호는 재소자들을 '쓰레기'라고 칭하며 그 쓰레기를 겁내는 순간 언제 목에 칼이 꽂힐지 모른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처음엔 전혀 개의치 않던 재경도 점점 교도소에... 또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적응해 간다.

일도 많고 탈도 많던 교도관으로서의 일상과 여자친구 은주와의 행복한 일상 속에 재경에겐 두 가지 큰 일이 생긴다. 하나는 여자친구 은주의 임신 또 하나는 바로 사형 집행자.  

연쇄살인범 장용두의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같은 날 총 4명의 사형집행자가 확정된다. 그 중에는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모범수로 복역하던 이성환도 포함됐다. 사형 집행 당일 사형집행자를 맡게 된 교도관들도 개운치 않은 모습으로 집행장에 나타난다. 한 명, 두 명... 사형이 집행되고 부르르 떨던 사형수들은 하나 하나 주검으로 변한다.  

드디어 마지막 장용두의 사형집행. 끝까지 거친 말들을 쏟아내는 장용두를 사형하기 위해 집행자들은 동시에 버튼을 누른다. 쉽게 죽지 않는 장용두를 온 몸으로 잡지만 결국 장용두의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재경은 속을 개워 내고 종호는 오물을 뒤집어 쓰면서도 장용두의 하반신을 잡고 놓지 않고 결국 장용두 마저 사망한다. 하루에 본의 아니게 네 명의 사형을 집행한 교도관들...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안은 채 살아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사형 집행 뒤 재경에게 날아든 또 다른 소식. 바로 은주의 낙태 소식이었다. 재경은 왜 하필 오늘이냐며 은주에게 소리를 질러 댔다. 자신이 네 명을 죽인날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최근 사형을 확정받은 정남규의 자살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제도.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그래도 용서해야 한다는 사람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형수들보다 더 힘들건 사형을 집행하는 '집행자'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건 사형을 집행한 집행자들은 평생 그 기억을 지우지 못 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나는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1人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집행자들을 위해서라도 사형제도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사형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도관이 집행자로 나서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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