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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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처음 접한 건
이석원 작가에 대한 팬심도 아니었고, 산문집을 유난히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흉흉하던 어느 날,  샛노란 표지와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흔히들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책도 첫 느낌이 제법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도 중요하지만 난 가장 처음 접한 글에서
‘보통의 존재’에 대한 느낌을 토대로 이 책을 설명하고 싶다. 
 

첫 페이지를 넘겨 가장 먼저 접한 글의 제목은 책 제목만큼이나 normal했다.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 했으면서>

나는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 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잠시 잠깐 만난 사이에서는 결코 손을 잡고 영화를 보거나
거리를 걷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으니까. 
 

손을 잡는 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나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 이석원, 보통의 존재 中

 

나 또한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책에서 이 글을 읽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석원이란 작가가 너무 반가웠다. 
 

손을 잡고 있는 그 감촉이 좋고,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따뜻함이 좋고,
오래 잡고 있을수록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그 느낌이 참 좋다. 
 

누구나 연애 혹은 결혼 등에 관한 로망은 하나 둘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그 '로망'을 가지고 있다. 

'손만 잡고 잘게'
이 유치한 말을 지키며 정말 손만 잡고 잠들어 보고 싶은 로망.
추운 겨울 날, 시려운 손을 주머니에 같이 넣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로망.
극장에서 손잡고 영화를 보는 유치찬란한 로망.

손을 잡는 다는 건
어찌보면 참으로 쉬운 일이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난 손 잡는 게 참으로 어렵고 떨리고 설렌다.
손을 잡는 다는 건, 그저 유치찬란한 내 소박한 '로망'이다.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는 이상한 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
내 소박한 ‘로망’ 또한 보통의 감정이라는 걸 알게 해 줬다. 
 

또한 나,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 이별, 아픔, 절망, 아쉬움, 실패 등...
그 모든 것들이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뿐이고
나 또한 그 보통의 존재일 뿐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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