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피리 - 윤동주.윤일주 형제 동시집
윤동주.윤일주 지음, 조안빈 그림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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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습니다. 


 이 책의 맨 앞에도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의 메모가 적혀 있다. 그 단문이 이 책이 내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분은 그 단문 같다. 


 윤동주의 시어는 맑고 윤일주의 시어는 슬프다. 그리고 윤일주의 시어는 감각의 영역에서 윤동주의 시어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 그 점이 더 슬프다. 윤동주는 맑은 눈으로 관찰해야 볼 수 있는 자연현상, 사람들, 주변의 모든 화려하지 않은 소재들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대로 적어난 관계들 또한 무척 따뜻하다. 반면 윤일주 시에 등장하는 것들은 외롭고, 혼자 있고, 주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저 먼 곳으로 떠나고 떠난 자리에 혼자남아 바라본다. 그런 시점을 가장 잘 드러낸 각 작가의 대표작품으로 윤동주의 「개1」와 윤일주의 「민들레 피리」를 들어보겠다. 


 동시를 읽은 게 무척 오랜만이다. 어릴 때는 모든 글쓰겠다 다짐하는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 동네에서 동시로 이름을 날린 전력이 있는데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동시같은 것은 너무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게 된 듯하다. 누군가 동시는 행복할 때만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윤동주가 동시를 쓰지 않기 시작한 때가 역사적으로 시련이 있던 시기라고 적었다. 윤동주는 고등학교 때까지 동시를 썼고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동시를 쓰지 않았으니까 윤동주가 더 오랫동안 행복했겠구나. 그럼 윤일주에게 있어 동시는 형님을 그리는 시간이고 그 시간만큼은 그 안에서 행복했던 걸까 생각해본다. 


 그건 그렇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어릴 때 읽는 것과 차차 나이를 먹어가며 읽을 때 느낌이 무척 다르다고 하는데 그건 어린왕자가 동시와 어떤 지점이 닮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의 맑은 행간 속에서 그 안에 담긴 한 인간의 세상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결코 아름답지 않은 시기에 만난 책이라 무척 반갑다. 그리고 이 모든 감격같은 것들이 그분을 닮았다는 것. 





개1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 본문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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