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장대처럼 쏟아지고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면 누구도 그것을 뚫고 지나가려 하지 않는다.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무조건 부딪혀보라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안도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을 추스를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다가 내가 잘하는 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바로 정리와 청소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대부분 쓰레기 집이고 은둔의 형태로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환기가 필요하다. 자기 안에 꽁꽁 갇혀 어떻게 문을 열고 나와야 할지 모르는 그들에게 내가 작은 바람이나마 되어주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이렇게 또 한 번 출간을 결심했다.

- 프롤로그
남겨진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 P14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혹여 같은 마음일지라도 행동은 정반대일 수 있고, 상대를 위한배려가 상처나 깊은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너무 늦게 도착한 진심에 얼마나 마음 아파해야 할까. 혹시나 가족이 나를 미워할까 싶어서, 나를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할까 봐, 짐이 되기 싫어서…. 그런 마음으로 관계를 끊고 피하기만 하다가 뒤늦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됐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아도 -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주지 않던 분이었는데, 기레빠시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던 분이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처참했다. 어차피인생은 그런 것이었던가? 어머니의 자존심은 빵을 팔지 못해서 버린다는 사실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비닐봉투에 꽁꽁 묶어서버리는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도 집 잃은 고양이들이 빵냄새를 맡고 쓰레기봉투를 죄다 뒤져놓아 청소차가 다니는 새벽이면가게 앞 거리에 빵 봉지가 난무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없었다.

- 뉴욕 제과점 - P102

어느 날인가 나는 문득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는 괴로운 일만 남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는 늘 누군가 내가 알던 사람이 죽을 것이고 내가 알던 거리가 바뀔 것이고,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떠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면서 자꾸만 내 안에 간직한 불빛들을 하나둘 꺼내보는 일이잦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탕을 넣어둔 유리항아리 뚜껑을 자꾸만 열어대는 아이처럼 나는 빤히 보이는 그 불빛들이 그리워 자꾸만 과거 속으로 내달았다. 추억 속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그 불빛들의 중심에는 뉴욕제과점이 늘 존재한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 뉴욕 제과점 - P104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 뉴욕 제과점 - P1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 온 뒤의 초록, 비를 맞고 있는 초록,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습기 가득한 초록.... 매일 다른 모습으로 가을이 오기 전까지 숨 쉬고 변화하는 이 초록의 기운 속에서 나는 함께 젊어짐을 느낀다. 초록을 즐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믿는다.

- 오늘의 밥값
- 07 미친 초록의 노래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논어>의 마지막 어구, 세 문장에는 중요한 기준이 들어 있습니다. 목적 있는 삶, 바르게 사는 삶, 함께하는 삶의 원칙입니다. - P94

부지명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천명을 알지 못하거나 자신의 소명을 알지 못하면, 리더다운 리더로 서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삶의 목적을 분명히 정하거나 가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리더는커녕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부지례 
예를 알지 못하면 일어설 수 없다. 우리는 혼자 살 수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제대로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 P95

부지언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 사람의 품격은 말에서 시작됩니다. 말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말을 오랫동안 한다 해도 뜻을 정확히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말의 뜻을 알지 못하면 상대를 알지 못합니다. 상대가 어려운 외국어를 하는 것도 아닌데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겉돌기만 한다면, 듣기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 P96

세상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듯 상대 또한 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상대를 알지 못하는건 종종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상대의 말을 놓치면 말뿐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잃는 건 그와 관련된 모두를 잃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사람을 얻는 건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얻는 것입니다. 그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아는 것입니다.
그 시작이 말에 있습니다. 그 시작은 듣기에 달려 있습니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비전이 없으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비전은 어떤 일에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제공한다. 즉, 비전이란 미래에 대한 그림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찾아가기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미국의 대법관 홈즈의 일화는 비전이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홈즈 판사는 자신의 기차표를 찾을 수 없었다. 승무원은 걱정하지 말고 나중에 표를 찾으면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홈즈는 승무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맙소. 하지만 기차표가 있어야 내가 어디까지 가서 내려야할지 알 것 아니오?"
은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생각의 틀, 가치의 기준 등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 점진적 전환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틀을 바꿔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란 과학혁명의구조에서 과학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한꺼번에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단번에 바뀌듯이 말이다. 이처럼 은퇴 후에는 현직과는 전혀 다른 가치의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비전이 없다면 어떻게 이 엄청난 변화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 나이들수록 젊게 사는 사람들 - P58

우주에는 아마도 나밖에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면 더 이상 아무것도 되지 않는 그것은 무엇인가? 내가 그 마지막 가능성을 거머쥐고 있다면, 그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단 하나의 삶>이란 시에서 ‘당신을 일깨워준 목소리‘가 바로 나만의 차별화된 비전이 아닐까.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 나이들수록 젊게 사는 사람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