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허송세월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루한 나날을보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신장 자치구에 유배되어 살던 16년 동안 이 저조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부정할 것을 부정하며, 사람이 지켜야 할 최저 기본선을 지키며 살아가노라면 지루한 세월 속에 진정한 자신이 될 씨앗이 싹을 틔운다는 것을 그는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심심한 시간은 무엇인가를 우격다짐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우고 또 비워 내는 고독한 순간이다. 사회가 강권하는 통념을 의심해 보고, 승자 독식주의가 자아내는 쓸쓸함을 비우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막막함마저 비우는 시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가장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것들은 바로 그 지루한 시간들을 거친 뒤에야 나온다.
- 한없이 지루했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 - P176
광고에 흔들리고 지름신이 강림할 때마다 생각한다. 어차피 저 제품을 사도 끝내 우리는 또 외로워질 것이고, 또 다른 행복을 갈구하게 될 것임을.
그러나 정말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뭔가가 있고 감당할 만하다면 한 번쯤 확 저지르는 것까지 억압할 필요는 없다. 집착하지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제공하는 좋은 것을 누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세상 한가운데에서 수도자처럼 살기는 애당초 쉽지 않은 일. 마음에 걸림 없이 살아 보는 거다. 다만, 소비가 주는 일시적인 만족감, 광고가 주는 애달픈 찰나의 환상은거리를 두고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자유의지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 무엇을 사든 끝내 외로웠다 -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