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는 새벽 5시 10분에 서울역 서부역에서 출발하는 교외선 순환 열차를 타고 두 시간 십 분간의 순환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교외선 말고도 내가 즐겼던 새벽들은 많다. 새벽녘의 거리, 대학 때 도둑질을 위해 동이터올 즈음 찾았던,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와 도서관, 새벽의 용산 야채 도매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에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 궤도를 나는 과연 빠져나올 수있을까? 이 궤도를 끊고 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나는 누구이고 내 길은 무엇일까?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든 후에도 나는최대한 새벽을 즐기며 살았다. 철야 농성을 마치고 나면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하곤 했던 대로 위의 새벽, 늦은 귀가나 이른 출발을 위해 걷던 익숙한 골목길의 새벽, 낯선 고장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면 꼭 알람을 맞춰 두고 걸었던 새벽길.… 혼자 사는 지금도 여전히 새벽은 나를 설레게한다. 온갖 연관들에서 떨어져 온전히 혼자를 즐기는 것은 새벽이어야 가능하다. 영주에게 새벽은 무엇일까.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