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또 오는 건 가능할 것이다. 가능하겠지만, 그때는 모든게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어제의 유원지는 어제에만 존재하며, 그것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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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는 새벽 5시 10분에 서울역 서부역에서 출발하는 교외선 순환 열차를 타고 두 시간 십 분간의 순환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교외선 말고도 내가 즐겼던 새벽들은 많다. 새벽녘의 거리, 대학 때 도둑질을 위해 동이터올 즈음 찾았던, 사물함이 늘어선 복도와 도서관, 새벽의 용산 야채 도매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에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 궤도를 나는 과연 빠져나올 수있을까? 이 궤도를 끊고 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나는 누구이고 내 길은 무엇일까?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든 후에도 나는최대한 새벽을 즐기며 살았다. 철야 농성을 마치고 나면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하곤 했던 대로 위의 새벽, 늦은 귀가나 이른 출발을 위해 걷던 익숙한 골목길의 새벽, 낯선 고장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면 꼭 알람을 맞춰 두고 걸었던 새벽길.… 혼자 사는 지금도 여전히 새벽은 나를 설레게한다. 온갖 연관들에서 떨어져 온전히 혼자를 즐기는 것은 새벽이어야 가능하다. 영주에게 새벽은 무엇일까.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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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붉은 벨벳 핸드백은 친구들이 가진 어느 가방보다도 고급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번이든 그 가방을 볼 때마다 그 즉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지적이고 시크한‘ 핸드백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나는 붉은 핸드백에 진심으로 만족했음에도 내 것이 되지 않은 검은 핸드백이 마음에 남았다.


지금도 나는 그 검은 벨벳으로 된 작은 핸드백에 미련이 남아있다. 

-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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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위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볍게 흘려보내는 사람도 있다.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람도있다. 평생 잊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쇄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흘려보냄으로써 살아남는 사람도 있다. 교사가 우리를 키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온 것이다. 저마다의 힘으로 저마다의 혼을 담아.

- 이상적인 아이 따위 한 명도 없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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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후 일년 반가량은 학교에 하루도 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날그날 먹을 식량을 구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수수와 밀기울과 콩깻묵을 먹었다. 하지만 어릴 때 우리는 그리한 상황이 고생스럽다든가, 슬프다든가, 더 맛있는 것을 먹고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경험이 없어서 더 나은 삶을 상상할 힘도 없었던것이다. 내일의 운명을 불안하게 느낀 적도 없었다.

- 점점 더 모르게 되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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