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짧으면 스쳐지나가는 폭풍이겠지만 길면 이틀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긴 폭풍이 지나가면 주변 지형이 바뀐다. 집이라면 괜찮겠지만 이정표 하나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그 변화가 복병이다. 나는내 발가락 끝을 응시한다. 발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이 내가 가야 할 방향임을 확인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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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좁은 집 안에서 네 명의 아이와 부모는 고독을 맛볼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 이래도 되는 걸까, 고양이가? - P279

과거에는 야생이던 고양이도 돌로 지은 아파트에 살면서 인간과 거의 흡사한 감정을 발달시킨다. 그때 맛본 그 고독과 인간의 고독을 서로 이해하며 살아간다.

- 이래도 되는 걸까, 고양이가?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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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이걸 고고가 가져.‘
‘마음에 드는 걸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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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입력 값의 산출물이다. 궁금증이나 걱정, 기쁨, 공감 정도로 만들어진 단순한 형태이며 이는 보편적인 데이터 속에서 외부 자극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판단하는 기능일 뿐 정서를 토대로 형성되는 주관적인 기분이 아니다.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감정이 아닌 정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보편성과는 거리가 멀다. 보편적인 감정은 응당 그렇게 느끼길 바라는 인간의 바람으로, 교육적인 의도로 강요되지만 실제 인간의 감정은 스펙트럼이 넓고 그 정서는 오롯이 당사자만의 것이다. - P20

~ ‘절망을 동반한 슬픔‘ 없이 ‘안정된 슬픔‘으로 닿은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이렇게 단계를 마구잡이로 뛰어넘고 순서를 뒤바꾼다. 하지만 이건 위험하다. 거치지 않은 감정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쌓인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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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것과 만들어지는 건 그렇게 다르다. 태어난다는 건 목적 없이세상으로 배출되어 왜 태어났는지를 계속 찾아야하는 것이기에, 오로지 그것뿐이기에 그 해답을 찾는 시간만큼 심장의 시계태엽은 딱 한 번 감겼지만 만들어진다는 건 분명한 목적으로 세상에 존재한다. 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이 존재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목적을 다할 때까지 망가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은 계속 엔진을 교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랑이 말했다. 그 말은 목적을 다하면 꺼버린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 P9

사막 한가운데 우물이 있다. ~ 예전에는 오아시스라 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지날수록 점점 메말라가는 그것을 더는 오아시스라 부를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름을 없애기에는 물이 있었던 곳이라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물이 되었다. 차오르기도 하고 메마르기도 한 어느 순간부터는 늘 메말라 있기만 했지만. - P15

불현듯 재생되는 것은 마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리움 같아서 나는 그것을 흉내 내고 싶다. 감정을 훔칠 수 없으니 베끼는 것이다. - P16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막은 단숨에 그림이 돼.‘
랑은 그렇게 말했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다.‘
내가 반박하자 랑이 다시 반박했다.
‘식상한 말 하지 마‘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고 사진에는 의도가 들어가지. 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의도는 해석하게 만들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정지해 있는 그림을 보고도 파도가 친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인들이 웃는다고 생각하지. 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돼.‘
- P19

‘그럼 역시 그림이 맞아. 사막은 아무 의도가 없어. 사막을 판단하는 건 사람의 감정이니까.‘
랑에게 사막은 어떤 존재이기에, 그토록 원망하고 분노하며 하염없이 바라보았을까.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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