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 선택으로 인해
당신의 앞날은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 이제 잘못된 사랑은 그만둘 때가 됐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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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호소야는 걸핏하면 시온에게 참견을 했다. 자세가 나쁘다, 시선이 너무 낮다, 몸으로 더 리듬을 타라, 스틱 위치가 잘못되었다, 표정이 시큰둥하다 등등. 고마운 조언부터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까지. 사소한 일에 "규젠 너" 하고 말을 걸어왔다. 평소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그렇게 지도를 해줄 때에 한해 아주 생기발랄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찾아 그사람을 무시하고 비웃고 도와주며 만족감을 얻고, 자신은 이사람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오야마 루리와 휴가지 다이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싫어졌다.

- 4장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 - P183

몇 년 뒤, 아니 당장 다음 달일지도 모르고 다음 주일지도 모른다. 시온에게 "내버려둬"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번에는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렵네..…."
시온의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뜨끔했다. 정말 그런 게 아닐까. 시온이 의지하는 자신을 시온을 돕는 자신을 기뻐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마음이 시온에게 그대로 전해진 게 아닐까.
"뭐가?"
핸들을 잡은 세이지가 이쪽을 보았다.
"후배를 도와주는 것과 믿고 방치하는 것, 배분이 어려워."
뭐야 무슨 소리야? 하고 물을 줄 알았더니, 세이지는 순순히 "그러게...." 하고 다이시의 의문을 받아들였다.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라면 말리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도필요하지 않을까."
"많이 컸네...... 다이시 군."
진지하게 묻고 있는데 장난치지 마. 그렇게 말하려다 세이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숨을삼켰다.

- 4장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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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도 무리 무리 무리라고 버티고. 무엇이 무서운지 움찔움찔 겁먹고. 드럼은 좀 못 치더라도 더 싹싹하고 적극적인 아이를 찾는 편이 부장으로서도 여러모로 편하겠지."
한마디 할 때마다 그녀는 상처 입은 표정이 되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 희미한 분노도 보였다. 지금의 자신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것은 다름 아닌 나라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런 속에서 그녀는 옥상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고독 속에서 악기를 손에 들었다.
"외톨이여서 옥상에 있는 거 외롭지? 그럴 때 악기를 손에 들 줄 아는 녀석, 나는 강하다고 생각해."
힘들 때 악기에 매달리는 녀석은 강하다. 언젠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말을 해주었다.

- 2장 나는 이 기분을 잊을 수 있을까 - P68

루리를 울려버린 날, 드럼 세트 소리가 전부 섞였다.
손발이 따로따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듣기 괴로운 리듬이었다. 어색하고 좀처럼 진전이 없다. 마치 자신의 인생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문득 콧속이 아파졌다. 머리를 비우고 팔다리만 움직이고 있으니, 자신의 마음이 잘 보였다. 자신은 이런 인생에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2장 나는 이 기분을 잊을 수 있을까 - P76

"엄마도 그 말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 당사자인 아빠부터 전혀 드럼스럽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아빠,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않았어. 절대 그렇다. 얼핏 보아 전혀 ‘타악기스럽지 않은 사람‘이어도 실은 잘 관찰하면 엄청나게 ‘타악기스러운 사람‘이래."
혹은, 엄마는 쨍, 하고 소리 내어 숟가락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하는 바람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대. 그래서 연습을 하면 된대. 악기가 도와주니까."

- 3장 어린 녀석이 어른이 된 양 책임을 지려고 하지 마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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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인가? 남을 돕는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마르틴이 장을 봐준 대가로 시간당 20유로를 받는다고 해서 그 일이 엘비라에게 조금도 가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그렇게 살고 있다! 대학생인 마르틴은 돈도 필요할지 모른다. 돈을 받고 도와준다는 해결책이 마르틴과 엘비라 두 사람에게는가장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르틴은 모두에게 최적처럼 보이는 그러한 해결책을 제시받으면 언짢아한다.
왜냐하면 마르틴은 그러한 상황에서 ‘내게 무엇이 최상인가?‘나 ‘엘비라에게 무엇이 최상인가?‘를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속한 집단, 즉 교구의 이상적인 구성원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틴은 카톨릭교구의 존경할 만한 구성원이라면 무보수로 도움을 제공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할 것이다.
삶을 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의해서 살펴보면 당신은 살아가면서 그룹 정체성에 맞추어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것을 종종 깨닫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속한 집단의 삶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의 삶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것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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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서서 걸으려면 엉덩이가 좁아야 하므로 아기가 나오는 산도(질)도 좁아지는데, 하필이면 아기의 머리가 점점 커져가는 기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분만 중 사망은 인간 여성에게 주요한 위험이 되었다. 아기의 뇌와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할 때 일찍 출산하는 여성이 더 살아남기 쉬웠고, 더 많은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연선택은 이른 출산을 선호했다. 사실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은 생명유지에 필요한 많은 시스템이 덜 발달된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갓 태어난 망아지는 곧 걸을 줄 알고, 고양이는 생후 몇 주만 지나면 어미 품을 떠나 혼자 힘으로 사냥에 나선다. 그에 비해 인간의 아기는 무력하여, 여러 해 동안 어른들이 부양하고 지키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덕이요, 특유의 사회적 문제를 안게 된 것도 이 탓이다. 혼자 사는 엄마는 줄줄이 딸린 자녀와 자신을 위한 식량을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렵다. 애를 키우려면 가족의 다른 구성원 및 이웃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인간을 키우려면 부족이 필요했고 따라서 진화에서 선호된 것은 강한 사회적 결속을 이룰 능력이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인간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교육을 받고 사회화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길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자궁에서 나올 때, 말하자면 유약 발라 구운 도자기 같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재성형하려면 긁히거나 깨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간은 용광로에서 막 꺼낸 녹은 유리덩어리 같은 상태로 자궁에서 나온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가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이를 교육시켜 기독교인이나 불교도로도, 자본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도 호전적 인물이나 평화를 사랑하는 인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제1부 인지혁명 :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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