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도 호소야는 걸핏하면 시온에게 참견을 했다. 자세가 나쁘다, 시선이 너무 낮다, 몸으로 더 리듬을 타라, 스틱 위치가 잘못되었다, 표정이 시큰둥하다 등등. 고마운 조언부터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까지. 사소한 일에 "규젠 너" 하고 말을 걸어왔다. 평소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그렇게 지도를 해줄 때에 한해 아주 생기발랄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찾아 그사람을 무시하고 비웃고 도와주며 만족감을 얻고, 자신은 이사람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오야마 루리와 휴가지 다이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싫어졌다.
- 4장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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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아니 당장 다음 달일지도 모르고 다음 주일지도 모른다. 시온에게 "내버려둬"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번에는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렵네..…."
시온의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뜨끔했다. 정말 그런 게 아닐까. 시온이 의지하는 자신을 시온을 돕는 자신을 기뻐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마음이 시온에게 그대로 전해진 게 아닐까.
"뭐가?"
핸들을 잡은 세이지가 이쪽을 보았다.
"후배를 도와주는 것과 믿고 방치하는 것, 배분이 어려워."
뭐야 무슨 소리야? 하고 물을 줄 알았더니, 세이지는 순순히 "그러게...." 하고 다이시의 의문을 받아들였다.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라면 말리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도필요하지 않을까."
"많이 컸네...... 다이시 군."
진지하게 묻고 있는데 장난치지 마. 그렇게 말하려다 세이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숨을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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