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도 무리 무리 무리라고 버티고. 무엇이 무서운지 움찔움찔 겁먹고. 드럼은 좀 못 치더라도 더 싹싹하고 적극적인 아이를 찾는 편이 부장으로서도 여러모로 편하겠지." 한마디 할 때마다 그녀는 상처 입은 표정이 되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 희미한 분노도 보였다. 지금의 자신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것은 다름 아닌 나라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런 속에서 그녀는 옥상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고독 속에서 악기를 손에 들었다. "외톨이여서 옥상에 있는 거 외롭지? 그럴 때 악기를 손에 들 줄 아는 녀석, 나는 강하다고 생각해." 힘들 때 악기에 매달리는 녀석은 강하다. 언젠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말을 해주었다.
- 2장 나는 이 기분을 잊을 수 있을까 - P68
루리를 울려버린 날, 드럼 세트 소리가 전부 섞였다. 손발이 따로따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듣기 괴로운 리듬이었다. 어색하고 좀처럼 진전이 없다. 마치 자신의 인생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문득 콧속이 아파졌다. 머리를 비우고 팔다리만 움직이고 있으니, 자신의 마음이 잘 보였다. 자신은 이런 인생에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2장 나는 이 기분을 잊을 수 있을까 - P76
"엄마도 그 말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 당사자인 아빠부터 전혀 드럼스럽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아빠,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않았어. 절대 그렇다. 얼핏 보아 전혀 ‘타악기스럽지 않은 사람‘이어도 실은 잘 관찰하면 엄청나게 ‘타악기스러운 사람‘이래." 혹은, 엄마는 쨍, 하고 소리 내어 숟가락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하는 바람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대. 그래서 연습을 하면 된대. 악기가 도와주니까."
- 3장 어린 녀석이 어른이 된 양 책임을 지려고 하지 마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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