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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름방학/독후감에 대한 두려움 떨치기  

대한교과서 사보 "책이 있는 자리" 원고입니다.

                                 책 읽는 여름방학
                         -독후감에 대한 두려움 떨치기-

 “선생님, 독후감도 재미있네요!!”  “선생님!! 독후감에 쓸 말이 너무 많아요.”
 지난 해 독후감쓰기 대회가 있던 날 적막이 흐르던 교실풍경 끝에 아이들에게서 터져 나온 말들이다. 일 년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골라서 한 편씩 써보라고 하자 아이들이 순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 많이 써본 것도, 독후감 쓰기에 대한 별다른 비법을 배운 아이들도 아니다. 그저 일 년 동안 선생님과 책 이야기 나누고, 책을 읽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선생님이 매일 읽어주던 책을 들었을 뿐이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며 딱 한편을 골라 우리 반 대표로 내보내야 하는데 난감했다. 저마다 다른 책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근사하게 잘 썼다. 놀라웠다. 잘 쓴 독후감이란 책을 통해 내 인생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었는지를 표현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글이 많았다. 좋아하는 작가와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삶을 반성하기도 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아이도 있다. 이틀 동안 고심 끝에 한 편을 고르기는 했지만, 모두 상을 줄 수 없음이 너무 아쉬웠다. 그 후로 마구마구 칭찬 받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독후감이 주는 두려움은 아주 많이 떨쳐졌음을 느꼈다. 책 읽는 기쁨과 독후감 쓰는 즐거움은 아마도 서로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은 책을 읽을 시간도, 책 읽은 독후감을 써 볼 여유도 생기게 된다.  이 참에 재미난 독후감 쓰기에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낌을 적는 글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독후감 쓰기를 싫어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짚어본다.
 첫째는 책을 읽었는데 별다른 느낌이 없어서다. 책이 내 인생을 감격시킬만한 감동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소설이나 시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역사서나 수학, 과학 책을 읽어도 인생의 불빛을 보는 듯한 감동을 주는 책들은 분명히 있다. 별다른 감동이 없는 책을 가지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면 그 자체로 곤욕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나름대로의 독서 후 정리방법을 가지고 있다. 수첩에 메모하거나 책 겉표지에 써놓기, 아예 홈페이지나 노트를 만들어 꾸준히 글로 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가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멤버인 독서광 아트 가펑클의 예는 유명하다. 그의 홈페이지rtgarfunkel.com/library/library.htm)에는 1968년부터 최근까지 읽은 책이 연월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한다. 플루타르코스의 고전이 있는가 하면 촘스키의 저서도 있고 버나드 루이스의 역사서도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냥 읽고 넘어가기에 아까운 구절도 많고, 감상도 많다. 그래서 저절로 적어놓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한다. 스스로 독후활동을 하는 행위는 특별히 누구의 지도를 받거나 검사를 받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나와 잘 맞는 재미난 책을 읽으면 저절로 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며 마음속의 감상이 풀려나온다. 다시 말하면 독후감과 친해지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속에 감상도 생기고 정선된 언어도 떠오르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 스스로 쓰고 싶어질 때가 올만큼 실컷 읽게 하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리라. 기다려주면서 책을 많이 읽고 차고 넘치도록 해주자. 어느새 아이나 아무 공책이든 만들어 자신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어 갈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책은 재미있었으나 감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자체가 서툴기 때문이다. 책과 상관없이 쓴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글짓기나 독후감, 일기 등이 선생님께 검사 받아가며 써내야 하는 숙제에 불과할 뿐 진정한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른이 다 되어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는 것은 소원한 일일 뿐이다.  
 그런데 글은 정말 쓸수록 느는 법이다. 책도 읽을수록 관련도서를 더 깊이 찾아 읽으면서 혜안을 넓힐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자꾸 써보면서 문맥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지고 핵심을 잡아 쓰는 관점도 생긴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나 법조인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면 글이라는 수단을 무시할 수 없다. 글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업적도 알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글쓰기는 삶의 근본이 되는 인간의 고유 행위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후감과 친해질까. 우선은 책을 읽고 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다. 책표지나 수첩도 좋다. 자신의 생각이나 인상 깊은 구절을 밑줄 치거나 메모지에 적어서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도 좋다. 책 읽은 감상을 쓰는 아이들 홈페이지도 많다. 그런 게시판에 꾸준히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읽게 되므로 좀더 정성을 들여 쓸 수 있고 재미를 붙이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 글을 쓰다보면 책을 읽을 때 좀더 깊이 읽을 수 있다. 글을 쓰기위해서 깊이 들여다보는 안목도 생기기 마련이다. 작가의 의도나 주변상황까지 폭넓은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글은 좀 더 성숙하게 된다. 쉽게 시작해 보자.  

 여름방학을 앞두고 공책을 하나 새로 마련하자. 읽은 책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를 적어두고 책을 읽는다. 다 읽으면 한 줄 정도라도 느낌을 써본다. 아니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구절을 적어두도록 한다. 형식을 정하지 않으면 때로 그림이나 만화로 표현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은 몇 번 반복하다보면 같은 패턴을 반복하기 쉽다. 단순한 표현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책은 역시 글로 읽는 행위이므로 글로 더욱 다양하게 감상을 표현 할 수 있다. 공책에 몇 줄씩 늘려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느낌을 준 부분을 써보도록 하면 좋다. 때로는 줄거리만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너무 길어 장황하기보다는 몇 줄로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책 내용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다.
또는 책의 줄거리나 자기 생각을 말로 설명해보게 하는 방법도 좋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된다. 그 후에 글로 쓰게 하면 어렵지 않게 써내려 갈 수 있다. 이미 머릿속에는 정리된 언어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잘 쓴 독후감을 읽어보게 하는 것도 좋다. 다른 독후감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형식에 매이지 말고 꾸준히 책을 읽으며 적어보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목적이 다른 사람을 보이거나 숙제로만 통한다면 즐겁지 않다. 내 안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도록 하자. 그러면 독후감을 끄적이는 일조차도 즐겁다. 가끔씩 독후감을 모아놓은 공책을 들여다보자. 얼마나 행복한 재산이 되는지. 물질적인 재산을 남겨주기 보다 독서수첩을 만드는 습관을 남겨주는 부모는 더욱 훌륭하다. 살아가는 데 그보다 더한 아군은 없다. 독후감을 쓰는 그 순간 책은 비로소 내 삶에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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