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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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서평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11개의 시간대를 보유하고, 세계사의 주요한 국면에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나라. 그리고 그 확장의 와중에 우리나라와 처음 맞닥뜨린 뒤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을 빚으며 의문을 증폭시키는 나라. 남성적이고, 폭력적이며, 어딘지 모르게 의뭉스러운 나라. 내가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이 나라가 가지는 큰 중요성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 적고 파편적이라고 생각되어 서평이벤트를 신청했고,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상당히 해결해주었다.

 

영국 태생으로 동구권 역사와 문화에 대해 연구와 강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친 저자는 러시아를 매력적이면서 괴이한, 영광스러우면서 결사적인, 극단적으로 잔혹하면서도 영웅적인 한 나라라고 정의한다. 또한 본문에서도 러시아 역사는 없음으로 특정지어진다는 일견 가혹한 평가를 내리지만, 매끄러운 서사적 흐름 속에서 1000년이 넘는 러시아의 역사를 압축한 책을 읽고 나니 그가 말한 러시아의 특징에 상당 부분 동의를 표하게 되었다. 오히려 러시아의 유연성과 융통성, 다면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8장에 거쳐 류리크로부터 푸틴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지도자들을 강조한 형태로 구성된 이 책은 짧고 굵게 읽는이라는 제목에 잘 부합한다. 본문은 주로 모호성이 적은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굉장히 술술 읽혔다. 저자가 감사의 글에서 인정했듯이 어떤 부분은 기억에만 의존하여 쓰기도 하고 본문에는 내용의 출처에 대한 각주나 미주가 없긴 하지만, 각 장의 말미에 더 읽어볼 서적을 추천해놓아 그런 약점을 보완한다. 다만 요점을 잘 살린 삽화나 지도 자료는 그 양이 적은 게 아쉬웠다. 또한 추천된 서적 또한 국내에 미번역된 것들이어서, 국내에 출간된 다른 러시아 관련 서적을 따로 지면을 마련해 추천했다면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종합하면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와 그 역사가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저자가 인정했듯이 어쩔 수 없이 간략화된 부분이 많기에, 이미 러시아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도 이 책이 흐름 속에서 짚고만 넘어간 부분을 스스로 보완해가며 읽는 재미를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책이 러시아와 러시아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러시아 관련 서적도 읽으면서, 현재 러시아가 향하는 방향과, 서사적 흐름 속에서 조명되지 못한 다른 역사적 주체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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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
백문식 지음 / 그레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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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팠던 굴을 향해 머리를 향하고 죽는다는 의미의 수구초심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계화의 물결을 따라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융합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시류에 잘 편승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가졌던 것,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고 융합하여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또한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지지대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은 우리들을 위한 훌륭한 발판이자 지지대가 되어 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전통문화를 꼼꼼히 살펴 문화 간 소통을 돕고, 새로운 문화 창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그러한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333쪽의 두툼한 분량에, ··주와 전통 과학기술, 한글, 전통 인성교육과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문화예술과 산업 기술까지 한국의 전통문화적 요소를 총망라하여 담고 있다. 각각의 주제는 다시 107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져 각각의 문화적 요소를 다면적 시각으로 설명한다.

 

300여 쪽 분량에 100가지 주제를 담고 있으니 그저 수박 겉핥기만 하는 수준의 가벼운 책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수년간의 노력을 담아 다듬어 낸 내용은 우리 전통문화 요소들을 꼼꼼하고 깊게 분석한다. 젓가락을 설명하는 절에서는 문화사학자인 에드워드 왕의 저서를 인용하고, 전통 건축을 설명하면서는 중국인 이명종의 <영조법식>을 인용한다. 석빙고를 설명하면서는 현대에 와서 석빙고를 재현 실현한 장동군 교수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제례를 설명하면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을 인용한다. 몇몇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나오지만, 전체적인 신뢰성을 흩뜨릴 정도는 아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내용은 요즘 정밀하게 구축되어 있는 인터넷 지식백과를 활용해서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업적이 더 돋보이는 것은 이 모든 내용이 한 책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책의 어느 곳을 펴 보아도 우리조차도 알지 못 했던 전통문화 요소들과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내용이 나온다. 동서양의 간격과 고금의 시간적 격차조차도 저자가 글로 꿰어내고 나면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전통 문화 안의 독특한 범지구적 요소를 빛낸다. 책의 내용은 앉은 자리에서도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지만, 새로운 아이디어, 예를 들면 디자인이나 사업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얻기 위해 집어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을 듯하다. 한국인으로서의 문화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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