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
백문식 지음 / 그레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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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팠던 굴을 향해 머리를 향하고 죽는다는 의미의 수구초심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계화의 물결을 따라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 융합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시류에 잘 편승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가졌던 것,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고 융합하여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또한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지지대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은 우리들을 위한 훌륭한 발판이자 지지대가 되어 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전통문화를 꼼꼼히 살펴 문화 간 소통을 돕고, 새로운 문화 창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그러한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333쪽의 두툼한 분량에, ··주와 전통 과학기술, 한글, 전통 인성교육과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문화예술과 산업 기술까지 한국의 전통문화적 요소를 총망라하여 담고 있다. 각각의 주제는 다시 107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져 각각의 문화적 요소를 다면적 시각으로 설명한다.

 

300여 쪽 분량에 100가지 주제를 담고 있으니 그저 수박 겉핥기만 하는 수준의 가벼운 책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수년간의 노력을 담아 다듬어 낸 내용은 우리 전통문화 요소들을 꼼꼼하고 깊게 분석한다. 젓가락을 설명하는 절에서는 문화사학자인 에드워드 왕의 저서를 인용하고, 전통 건축을 설명하면서는 중국인 이명종의 <영조법식>을 인용한다. 석빙고를 설명하면서는 현대에 와서 석빙고를 재현 실현한 장동군 교수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제례를 설명하면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을 인용한다. 몇몇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나오지만, 전체적인 신뢰성을 흩뜨릴 정도는 아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내용은 요즘 정밀하게 구축되어 있는 인터넷 지식백과를 활용해서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업적이 더 돋보이는 것은 이 모든 내용이 한 책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책의 어느 곳을 펴 보아도 우리조차도 알지 못 했던 전통문화 요소들과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내용이 나온다. 동서양의 간격과 고금의 시간적 격차조차도 저자가 글로 꿰어내고 나면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전통 문화 안의 독특한 범지구적 요소를 빛낸다. 책의 내용은 앉은 자리에서도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지만, 새로운 아이디어, 예를 들면 디자인이나 사업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얻기 위해 집어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을 듯하다. 한국인으로서의 문화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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