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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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이라면, 우석훈 경제학자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가 쓴 저서의 1권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의 대표작은 <88만원 세대>이지만, 나는 우석훈이라는 이름을 <문화로 먹고살기>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 때는 내가 첫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문예창작과를 졸업해서 '문화'라는 컨텐츠로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운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였다.


선택할 수 있는 기로는 과감하게 인생을 던져서 작가에 도전해보거나, 자본이 조금 있다면 책방 서점, 나처럼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 직업은 사서 또는 출판사 직원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출판사 직원이 되었다.(응??)


책이 좋아서 직업을 선택했는데, 책의 표지만 보고 판매 부수를 판단하는 MD보다는 컨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돈과 사랑, 속으면서 시작하는 것.

<국가의 사기>의 첫 챕터의 제목이다. 사랑과 돈, 삶의 두 자기 중요한 축은 속는 것부터 출발한다는 이야기로 사회경제학을 풀어낸 이야기인데, 어쩌면 내 직업도 '책'에 대한 사랑으로 적은 연봉을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속인 것 아닐까?(우겨봄ㅋㅋㅋㅋㅋ) 이 책의 내용처럼 경제학적으로 풀어내자면. 물론 세상에 경제학으로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고, 나는 지금의 삶을 만족하지만.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

: 국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실


핀란드는 2017년 1월 1일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 미국과 함께 독일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흐름으로 돌입했다. 독일의 경제가 좋아져서 최저임금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일까? 현재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난 만큼 개인의 행복 또한 늘어났을까?


요즘 출간되는 많은 책들은 '개인의 행복'에 주목한다. 이제 이 국가가 나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거라는 자포자기, 그러니 나는 당장 '소확행'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라는 심리. 나 또한 이 시대의 청년이자 노동자로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왜?라는 의문이 들지는 않나?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고, 국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연 국가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난한 사람들만 손해 보는 저축은행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고, 외국계 대부업체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일이 좀 줄어들까?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벌인 충격적인 국가의 모습을 목도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이득이라는 빌미로 많은 국가 자산을 민간 기업에 넘기기도 했고,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국가의 재산을 탐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합리적인 경제적 발전을 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 경제 등 국가가 만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안전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이기에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왜 실패하게 되는가? 이 부분을 반드시 점검해야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연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로 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1. 경제가 이념이 되어버린 기이한 현상


많은 한국의 보수가 건국이념이라고 생각하는 자유시장경제는 기묘하게 분화되었다. 자유 쪽은 반북 보수가 되었고, 시장경제 쪽은 경제 보수가 되었다. 정치인들이 선거구호처럼 외치는 경제 용어는 사실 정치적 이념의 용어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라는 표현도 이제는 모호해지고 허접해졌지만, 이념이 나쁜 것은 아닌데 한국 보수의 이념에는 혐오만이 담겨있다.


경제를 이념처럼 신봉하는 동안, 흔히 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삶은 현실적으로 방치되었다. 불법만 아니라면 다단계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고 여기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경제 자유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고 방치해두었다. 인위적으로 이자율에 상한선을 두는 것 역시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국가는 믿었다. 마찬가지로 전세든 월세든 시장에서 알아서 하면 다 될 것이고, 전세가 오르면 다주택자들이 집 더 많이 사서 임대시장에 진출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주택 소유자를 투기꾼으로 보지 않고, 국가의 여력이 부족한 공공임대사업을 기꺼이 도와주는 정책 파트너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경제가 이념, 그것도 극도로 높은 수준의 이념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이념만 부여잡고 있는 국가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2. 국민들의 과도한 무관심 속 그들만의 전쟁, 클랜 현상


나는 사실 클랜 현상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경알못), 난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화가 났다. 전형적인 클랜 현상의 역사는 '한전'이다. 보수 정권이 자리잡으면서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은 민영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무관심 속 국가 관료들은 그들만의 전쟁이 일어난다. 민영화를 할 것이라면, 외국에서 투자할 만하게 그럴 듯한 것들을 매각하자! 그래서 포항제철이 매각되고 포스코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그 과정 중에 있다. 한 마디로 공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영화가 된 것도 아니다.


클랜 현상은 조선 시대의 패권 세력과의 갈등으로 비교할 수 있는데, 씨족 혹은 파벌을 의미한다. 같은 클랜 아래에서는 서로 돕고 먹여 살리기도 하지만, 조금 독특하고 이기적인 의미의 공동체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아주 대담하고 과감하게-


- MB의 삽질, '물'에 바쳐진 22조원

- 존재 자체가 사기인 선분양과 분양권

- 영원할 기업의 탄생, 버스 준공영제

- 보수 정부 9년간 급성장한 산업, 다단계


사실 평소에 경제에 아주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고, 잘 아는 편도 아니어서 나는 우석훈 경제학자가 하는 <국가의 사기>라는 이야기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당황스럽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런 대담한 '국가의 사기'행위를 몰랐던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사기가 사기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침묵하며 당해왔다는 점에서 당황스러웠다.


나는 작년에 2달 정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지내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 곳에서 지내며 만난 사람들은 프놈펜의 정부가 부패했고, 그래서 살기가 어렵고 발전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부패하면 국민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때, 우리나라도 그 못지않게 부패해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는 부패해있고,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살기어렵고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게 기가 막힌 사기인 것이다.


진짜 사기는 당하는 사람도 사기인 줄 모르는 게 진짜 사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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