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겨울 아침, 쇠갈고리에 얼굴이 꿰뚫린 알몸의 여자 시체가 발견돼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옆에 남겨진 쪽지였다. 쪽지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펼친 부분 접기 ▲


피해자의 신원은 곧바로 밝혀지지만 수사본부는 목격자도, 현장 감식 증거도, 그럴듯한 용의자도 찾아내지 못해 난감할 뿐이다. 게다가 시민들 반응이 여느 엽기 살인 사건과 전혀 다르다. 이성적인 어른의 범죄가 아니라 아이가 장난감 대신 시체를 가지고 논 듯한 충격적인 사건에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보통의 사건이면 여기저기 뉴스에 나오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이 사건은 공포감으로 서로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어린아이는 싫증 나거나 혼나지 않는 한 한번 마음에 든 놀이를 절대 그만두려 하지 않죠.”


분명 정신 이상자의 소행일거라 생각한 경찰은 정신 의학계 중진의 의견까지 참고하며 수사를 진행하지만 이를 비웃듯 살인마는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압축기 사이에 놓여있는 폐차에 시체를 두어 완전히 짓눌린 채 발견된 두 번째 시체. 언론은 폐차 압축기에 짓눌린 충격적인 시체 사진을 신문 1면에 싣고,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까지 붙여 준다.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막연한 불안감은 극심한 공포로 변모한다.


그리고 세 번째 살인, 한 아이가 시체를 해부하듯 내장을 다 진열해놓은 채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그리고 이 살인 사건이 <아,이,우,에,오- > 50음순 순서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인 당한다는 살인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이로써 다음 대상이 되는 음순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고, 정신 이상자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싸우며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도시 전체를 패닉으로 빠뜨린 개구리 남자의 정체는 과연 모두의 짐작처럼 정신 이상자일까?


그렇다면 형법 39조(우리나라 10조 1항)에 따라 심신 상실자에게는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라는 조항에 따라 연쇄 살인마 '개구리남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일까?


과연 이 조항은 옳은 것일까?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점은 ‘심신 미약자의 법적 책임 능력’에 관한 질문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간에 이견 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오마에자키'는 어린 시절 범죄를 저질렀지만 심신 미약으로 처벌받지 못한 사람들을 교화하고 가르치는 의사이지만, 3년 전 정신 질환자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는 범인을 용서하지 못해도 국가와 시민들은 그에게 면죄부를 허용한다. 과연 그것이 옳은 판단일까?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해봤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내 생각은 이래'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심신 미약>이라는 용어의 범위가 꽤 넓게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수 년전에 일어난 조두순 사건 또한 전국민이 분노하며 강력한 처벌을 원했지만,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심신 미약을 받아들여 법원은 7년형을 선고하였다. 그렇게 어린 아이에게 잔혹하고 무차별한 성폭행을 저지르고,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는 2년 후 출소하고 고작 대학생밖에 안된 나영이는 사회에서 그를 다시 만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작년쯤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 또한 조현병에 의한 망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당시 피해자는 사망하고 수많은 여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여전히 공용화장실은 사용하지 못한 채 여성 혐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을 고려하여 1심에서 30년형이 선고되었고, 피해자에게 5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


막연하게 '심신 미약심신 상실자에게는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 너무 타당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내 주위에 혹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아마 타당하지 않다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내 지혜로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우리 나라에서 인정되는 '음주'에 대한 심신 미약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음주 운전, 음주 폭행, 음주 살인 등 음주에 대한 것은 자기 조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신 미약을 적용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독성도 좋아서 금방 읽고, 현존하는 법 조항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지만 스릴러답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조금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