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
김찬호.고영직.조주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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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보면, 분열과 갈등의 시기인 것 같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젊은 계층과 기성세대의 갈등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남자와 여자, 출생 지역까지 갖가지 다양한 이유로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 세대는 우리 부모의 세대와의 갈등이 두드러지는데, 우리 부모의 세대 또한 (가끔 이해할 수 없지만) 독특한 특징을 가진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우리 부모의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라고 불리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58년생으로 그 격랑 속에 사셨다. 엄마는 이 전에도 종종 가장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세대는 오랜 역사 속에서 비슷하게 반복되어 온 생애 경로를 이탈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날에는 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냈고, 기성세대의 권위를 부정하며 대중문화 속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그려내며 사회를 주도했고, 그러다 보니 학력 자본, 문화 자본, 경제력 등에 있어 그 전 세대의 노인과 확연히 다르다.


정치적인 이슈가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할 때는 세대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우리 부모 세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살던 시대는 내가 수고하고 노력하여 우리 가족을 먹여살리던 책임감 강하고 주도적이었던 시대와 달리 요즘의 개인주의적이고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삶이 중요해진 개념과의 마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부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그들은 자기 가족과 부모를 모시는 것에 헌신하여 살아왔고, 그 수혜를 우리가 받아왔지만 우리의 세대는 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독립체로 존재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가족들에게 희생한 것들을 돌려받을 수 없는 세대가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까지 고도 성장기에 맞춰 계속 나아가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자기 삶의 궤적을 짚어 보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태어나서 학교에 가고 취업하고 결혼한다는 것이 마치 정해져있는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아이를 낳으면 다시 학교 보내고 집을 사야 했고, 은퇴 후에는 강제로 사회의 중심에서 떠밀렸다. 바쁘게 살아온 젊은 날에 비하면 시간은 많아졌지만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에 서글픔과 분노, 허탈함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이라는 이중 노동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나이가 들면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과정 중에서 나는 내 부모의 세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만 깊이있는 대화를 해보면 '가족'에 대한 상처, 특히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없이 자란 아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가족들 등에 엎고,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좋은 집에 가족들과 사는 것만 바라보며 앞만 보고 달려온 피곤한 세대일 것이다. 나는 가끔 일을 하거나 거래처의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 아버지 또래 또는 50대 정도의 분들을 보면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일하셨겠지? 내가 집에서 보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서 일했겠지? 우리 아버지의 쏜살같던 삶의 동력은 아마도 '나'였을 것이다.


이 책처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베이비부머가 50세 이후 겪을 혼란과 방황을 줄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주인공인 스토리가 있는데, 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온 자신이 스스로 어떤 길을 개척해 걸어왔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억을 재구성하며 스스로가 누구인지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자아를 유지한 멋진 노년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세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학자, 문학평론가, 여성학자와 인터뷰를 통하여 그들의 생애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들의 삶은 매우 특별하면서 보편적이고, 진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내 아버지의, 내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문래동 홍반장’ 최영식은 시대에 ‘비켜서 있었던 삶’을 반성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것을 제안한다.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정년 이후 찾아올 시간의 과잉과 관계의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재구성, 나아가 사회의 재구성을 꾀하는 인생 2막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끊임없이 관계 맺으며 더 나은 곳으로 재탄생하기를 꿈꾸는 삶, 젊은 세대가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본다.


‘봉사의 달인’ 김춘화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김춘화로 살아왔다.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이자 며느리로서 감내해야 하는 지난한 돌봄 노동과 갱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봉사다. 봉사를 하며 취득한 전문 자격증은 경제적 의미의 노후 걱정까지 덜어 주었다. 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을 자기 것으로, 가족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우리가 대체로 관심없고, 비켜진 세대라고 생각하는 베이비부모 세대의 분들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아직 완전하게 노년이 보장되거나 노년의 할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지만 이제 그들은 젊은 날 시대를 바꿔왔던 것에 이어 노년기의 문화 또한 그들 스스로 멋지게 꾸려갈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이들은 이제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에 비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멋진 노년을 준비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존경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의 또 다른 중심 축으로서의 시니어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의 첫 번째 시작은 무엇일까?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비범하고, 특별했으며 고유한 당신의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도록.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힘을 잃은 노년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 세대이기에 모두가 나의 부모님처럼 기꺼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나도 오늘은 물어야겠다.

엄마, 당신의 삶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젊은 날 청계천에서 미싱을 돌리며 경제화에 이바지하고, 시부모를 봉양했고 자녀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며 살아온 당신의 삶 덕분에 내가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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