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전세역전 -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까지
홍인혜 지음, 정민경 감수 / 세미콜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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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내년쯤에는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원룸이지만,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욕심을 내자면 '부엌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1.5룸 정도는 돼야겠지?' 혹은 '좋은 의자를 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세 계약이나 은행 대출 같은 일에 도통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늘 마음을 먼저 다잡았다. 그래, 지금도 충분한데 욕심부리지 말자.


내 첫 주거지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역세권 청년 주택(현재 청년 안심주택)이다. 방을 보자마자 계약금을 걸었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입주했다. 첫 입주 세대였다. 원룸 옵션에 포함된 침대부터 냉장고, 세탁기까지 모두 새 제품이었고 이 건물 내에는 모두 청년만 거주했다. 특수한 경우지만, 이렇게 서투르게 계약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조건이었고, 운이 좋았다.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 몰라 하루하루 뼈가 삭고 살을 잃어가지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지금이라도 전세 보증금을 낮춰 누군가를 들어오게 하느냐.’ 혹은 ‘대출이라도 받아서 내 돈을 돌려주느냐.’ 그 모든 결말이 임대인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살살 구슬리는 게 맞을지 강하게 대응하는 게 맞을지 혼란스럽다. 내용증명을 보낸다거나 임차권 등기를 친다는 등의 강경한 방법은 ‘좋게 해결될 일’을 수틀리게 만드는 것만 같다. 어찌 됐든 현재 나의 전 재산이 남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치명적인 인질극이다."


​독립하기 전에는 매일 왕복 세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냈다. 오가는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지나다니는 곳곳에 급하게 내놓은 빌라 전셋집 전단을 자주 보았다. 오가며 유심히 보았던 전단들이 1세대 빌라왕의 매물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수없이 보도되던 전세 사기 뉴스에도 남일처럼 느껴졌지만, 곧 내 주변에서도 사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 딴에 아무리 꼼꼼하게 서류를 준비하고, 전문가들이 체크해 주는 조항들을 확인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더구나 루나님처럼 집주인의 법적 문제나 세금 문제로 인해 저당이 잡혔을 때 내 재산마저 위험해진다면, 전세로 사는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큰 재난을 겪은 사람들이 다음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봐왔다. 그 모습들이 늘 놀라웠다. 제도의 문제로 억울하게 영혼을 다친 사람들이 제도를 고쳐 불행을 자기 선에서 끝내려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이 일을 겪고 그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이건 너무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겪어봐서 그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고초를 겪는 이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많은 이들이 전세 사기로 고통을 겪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임대차 보호법의 새로운 조항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겪게 되는 고통과 손실에 비해 가해자는 대부분 뻔뻔했고 되레 당당하게 보증보험을 가입했어야지 당신이 잘못했다며 피해자를 나무라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물론 선량한 집주인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묵시적 갱신’ ‘근저당’ ‘대항력’ ‘당 해체’ ‘배분’ ‘법정기일’ 같은 법률 용어나 확정일자 효력 발생 시점이나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경매 관련 정보 공개,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을 열람하는 방법, 경매 매물의 감정평가액, 경매와 공매의 차이점, 공매 입찰 방법과 낙찰 후 잔금 납부, 등기필증 발급 등, 막막하고 복잡한 개념을 루나님의 경험과 함께 읽다 보면 조금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스릴러만큼이나 두렵고 어렵지만, 독립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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