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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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스노볼 드라이브』를 통해서였다. 어느 여름부터 피부에 닿으면 발진을 일으키고 태우지 않으면 녹지도 않는 방부제 눈이 내렸다. 이대로 세상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예기치 않은 재난에 일상이 무너져 버리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루와 이월의 이야기였다. 경쾌하면서도 애틋한 조예은만의 디스토피아. 그 이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와 『칵테일, 러브, 좀비』도 읽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편 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이다. 이쯤 되면 나도 조예은 신작을 기다리는 독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만조를 기다리며』가 반가웠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영산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죽은 자의 소지품이나 뼈를 묻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었다. 신령한 기운이 깃든 영험한 산이라 하여 영산. 우영은 늘 영산에 묻히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정해는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정해는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고, 20년 만에 우영의 고향인 미아도를 향한다. 어떤 의문도 미심쩍음도 남지 않도록. 우영은 죽기 전 정해에게 메시지를 쓰고 있었다. 「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미아도에서는 영산의 주인을 산주라 불렀다. 산주라는 호칭에는 단순히 소유자를 뜻하는 걸 넘어 마을의 대표이자 섬의 평안을 관장하는 제사장 같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대로 영산의 주인이었던 최씨 집안이 영산의 주인이자 섬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간척 사업으로 섬이 육지가 되어 인구가 줄어들었고, 와중에 산주였던 최함록이 세상을 떠나자 막내딸이었던 최양희가 새로운 산주가 되었다. 재회 소망 사랑. 최양희는 영산교라는 신흥종교를 만들어 죽은 자와 재회할 수 있다는 전설을 교리로 만들었고, 사람들의 그리움과 눈물로 덩치를 키우며 영산을 지켰다. 


"늘 바다를 배경으로 쌍둥이를 그리잖아. 하나는 너일 테고, 다른 하나는?"
열두 살 때 외할머니를 따라 미아도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정해는 우영을 만났다. 산지기의 딸이었다. "우리 숨바꼭질하자." 우영에게 백까지 세도록 시키고 정해는 갯벌을 가로질렀다. 우뚝 솟은 암석을 타고 올라 가운데 작은 굴처럼 파인 공간에 몸을 밀어 넣었다. 정해는 사라지고 싶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외할머니와 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죽음은 빠르게 목전까지 차올랐고, 살려달라는 소리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서서히 밀물이 들어찼고, 만조에 가까웠다. 그러나 우영은 정해를 찾아냈다.

누군가의 부고는 꽤 오래 마음에 상흔을 남긴다. 더구나 그 죽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면 더욱. 누군가의 죽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남겨진 자는 죽음을 이해해야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만조를 기다리며』는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반드시 재회하고 싶은 그리움에서 시작한다. 곧 조예은 월드로 초대될 독자분들을 위해 결말은 접어두고,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작품은 전략적으로 촘촘하게 짜인 플롯이 서서히 맞춰지는 과정을 통해 독자를 즐겁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척 재밌게 읽은 소설, 조예은의 작품을 언제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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