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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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메피스토(Mephistopheles)는 그리스어로 해석할 경우 메(μή, 아니다)+포스(φώς, 빛)+필로스(φίλος, 사랑하는 자)의 합성어로 '빛을 증오하는 자'를 의미하는데, 이는 파우스트 전설 속 악마의 이름이다. 악마 메피스토는 평생을 학자로 살아온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한다.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악마는 그를 타락시킬 수 있다고 했고, 신은 그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다. 신은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검은 개로 변한 메피스토의 유혹을 받아 한 소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 『파우스트1』(민음사) 중에서



구원받지 못한 악마 메피스토는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모습으로 혼자 남겨졌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한 소녀와 약속(계약)을 맺고 서로의 비밀을 숨긴 채 친구가 되어간다. 소녀와 악마는 함께 못된 짓을 벌이며 세상을 향해 말썽을 부리지만 이 둘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소녀는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웠던 마음을 메피스토로부터 위로받고, 함께 한 시간을 소중하게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악마 메피스토는 소녀를 곁에서 지키지만, 소녀는 나이가 들고 늙어 기억을 서서히 잃어간다.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나도 몰라. 가 본 적이 없어서.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 거야."


“허무하고 허무하다. 모든 것이 무의미한 밤이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는 평생 학자로 살며 모든 것을 이루었지만 지나간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져 절망에 빠져있다. 그때 메피스토가 나타나 쾌락적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는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젊음'을 요구하고, 마녀의 영약으로 이십 대 청년이 되어 그레트헨을 만나게 된다.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을 정화하는 그레트헨의 고귀한 사랑을 못마땅하게 여긴 악마의 농간으로 둘은 사람을 죽이게 되지만, 감옥에 갇힌 그레트헨은 파우스트를 용서하고 죗값을 받겠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메피스토와 신의 내기는 누가 이기게 될까?


"나만 빼고 다들 구원받아. 난 악마니까. 그래서 유난히 별이 많이 뜬 저녁, 넌 신에게 내기를 걸었어. 악마 하나를 두고, 넌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고, 신은 아무 말이 없었지. 넌 내기에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했고, 신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



가난과 장애로 가정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외된 소녀는 처음으로 내 편이 되어준 메피스토를 악마인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었다. 오히려 소녀는 소원으로 신에게 내기를 걸어 사람이 되고 싶다던 메피스토를 구원한다. 악함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루리 작가의 『메피스토』는 검은 개와 소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로도 감동적이지만,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감동적이다. 나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루리 작가의 『긴긴밤』을 읽고 감동받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종종 이 그림책을 꺼내 읽을 것 같다. 『긴긴밤』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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