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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평점 :
작년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했던 박정호 교도관은 자신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2004년 대전교도소에서 근무 중 재소자에게 둔기로 수차례 맞아 순직한 故김동민 교도관을 기렸다. 그는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꼭 지켜드리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 씨가 더는 만나 주지 않자 A 씨와 여동생,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한 김태현, 금품을 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살해한 당진 자매 살인범, 장인 앞에서 아내를 일본도로 찔러 살해한 남편 장 모 씨.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잔인한 범죄자들에게는 무기징역 형이 확정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무기징역'이라고 하면, 죽을 때까지 사회에 나올 수 없는 격리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들은 잊는다. 존재하지만 모두 외면하고 싶어 하는 사회의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세상의 끝을 떠받치고 있는 교도관의 삶은 어떨까? 사람은 달라질 수 있을까?
"가족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생각에 폭력성이 더해져 아내를 수년간 폭행한 이 사람은 아내가 자신을 신고하자 배신감을 느끼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우리가 살려낸 그 남자는 출소 후 두 달 만에 다시 구속됐고, 죄명은 살인이었다." _p.39
야간 근무를 서던 어느 새벽, 팔다리 앙상한 60대 노인이 새빨개진 눈으로 교도관을 불렀다. “제가 늙어서 냄새난다며 화장실 앞에서 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어제는 제가 깜빡하고 창문 앞에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그놈이….” 같은 방을 쓰는 20대 조직폭력범에게 얼굴을 밟혔다고 호소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치료를 해주고 가해자를 징벌방으로 옮긴 후, 근무 보고서를 쓰기 위해 노인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자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사건 개요 : 피고인 ○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당시 유치원생 ○양을 칼로 위협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원룸으로 데리고 가…] 저자는 자신의 직업인 교도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매 순간마다 자신이 지녀온 가치관이 뒤틀리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저 오늘 어땠어요? 판사한테 좀 어필이 된 거 같아요? 오늘 조연까지 특별출연 시켰는데, 시킨 대로 교복 입고 왔네. 다음 재판에선 또 누굴 부르지. 병원 환자복을 입고 오라고 해야하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자의 반성 없는 모습은 한두 번 보는 게 아니었지만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p.96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빌딩이 높아진 만큼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라는 대사가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범죄는 날로 잔혹해져가면서 국민들의 법 감정 또한 높아졌다. 더 강력한 처벌, 다시는 사회로 돌아올 수 없도록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교도소의 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수감된 이들이지만, 교도소 내에서 자신의 인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집요하게 요구하는 현실을 보며 저자는 끊임없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진짜 정의로운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반성 없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며 '사람은 변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무너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다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수감자들도 있기에 교도관들은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 한 명의 교도관이 계호하는 수용자는 100명 이상, 잦은 24시간 근무와 수용자의 고소·고발 및 언어폭력에 현장의 교도관들은 지쳐갈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는 사람들이 교도관들이 처한 상황이 많이 알려져서 수감자가 아닌 교도관들의 처우에도 대안이 생겼으면 좋겠고, 사회의 한곳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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