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
요시모토 바나나.타이라 아이린 지음, 김난주 옮김 / 판미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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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한 인터뷰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표작 「키친」의 주인공 미카게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잃지만, 자신의 슬픔을 어찌하지 못하고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져있고, 그의 남자 친구 유이치는 살해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 세상과 멀어지려 한다.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요시에와 엄마는 알지 못하는 어떤 여자와 숲속에서 동반 자살해버린 아빠의 죽음으로 인하여, 『새들』에서는 각자의 엄마를 자살로 잃은 두 주인공이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묻고 찾아나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시모토 바나나를 치유의 작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 말로 '잘못을 고친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불균형을 바로잡아 원래의 완벽한 균형을 되찾는, 하와이에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문제해결법이죠. 주된 실천법은, 우리에게 쌓인 기억을 소거, 즉 '정화'하는 것이죠. (p.22)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호오포노포노는 내면에 쌓인 기억을 ‘정화’하여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마음의 훈련이다. '호오포노포노'에 관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이것이 작가 내면과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자신을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신비한 힘과 기운을 느끼며 부서진 삶의 균형을 맞춰나가는데 과거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와 에세이 『꿈꾸는 하와이』를 발표했던 작가는 이 무렵 하와이에서 호오포노포노를 접하지 않았을까.


힘들고 괴로워도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노이즈를 줄여서 최대한 자기의 본디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것. 그건 자기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를 좋게 하려는 본능의 작용이 그렇기에 필요한 일이에요. 지구나 우주, 환경, 세계, 그런 것들을 위해, 가령 한 사람이 참되 자기로 돌아가면, 주위에도 선한 영향을 미치죠. 그런 모든 것을 책임감 있게 행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163)

 


나는 서른이 넘을 때까지 나 자신을 잘 몰랐다. 나는 순간순간의 기분에 민감한 사람이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감정 표현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편한 감정을 스스로 회피하는 편에 가까웠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가 회피해왔던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고여있던 감정들을 속수무책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 같았고, 그제서야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난 오늘 무엇이 즐거웠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무엇이지?


호오포노포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내면아이인 '우니히피리'를 돌보고, 또 대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결국 같은 노력이 아닐까, 우리가 외면해 온 내면이 결국 우리 삶의 균형을 깨트리게 되고 우리는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며 균형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들. 그리고 이 과정을 지나면 우리는 조금 더 어른이 되겠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삶의 고통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이 짧은 리뷰로 호오포노포노를 자세히 소개할 수 없기에 자신의 삶에 균형이 깨어져 혼란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요시모토 바나나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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