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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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 파괴, 녹아 가는 빙산,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는 도시들…. 생각해 보니 이러한 지구의 위기에 대해 초등학생 때부터 배워왔던 것 같다. 너무 익숙해서 기억하지 못한 걸까. 사실 나에게 '기후 위기'는 최근까지 매우 낯선 이야기였다. 올해 초, 제러미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 뉴딜』이 출간되었다. 그 책이 나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지구 생명체를 멸종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기후 변화에 대응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에너지 혁명과 ‘그린 뉴딜 계획’을 소개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에 가장 책임이 있는 ‘4개 주요 부문’이 화석연료 문명에서 분리되어 정책적으로 그린 뉴딜의 신흥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지구는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자제하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돌이키기에는 늦었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럼에도 모두가 태연하다는 것이.


전 지구적 위기의 진짜 문제는 무수히 많은 고정된 ‘무관심 편향’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기후, 홍수와 산불, 이주와 자원 부족 등 기후변화에 따르는 재난들 중 상당수는 생생하고 개인적이며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이들을 다 합쳐 놓으면 영 다르게 느껴진다. 점점 강력해지는 서사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멀고, 고립된 현상으로 보인다. 이는 기후변화가 투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이다. (p.32)


그럼에도 불과 일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환경부에서는 『글로벌 그린 뉴딜』을 토대로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들을 추진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지구를 위해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들을 소개하며, 파도타기처럼 연쇄적인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 그는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질소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뿐'이라고 주장하며, 방대한 최신 자료들을 제시한다. “나는 우리 모두 식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 (…) 식습관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지구를 포기해야 한다. 그만큼 단순하고도 어렵다.”


지구를 파괴할 존재는 우리뿐이다. 지구를 구할 존재도 우리뿐이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가장 희망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명을 완전히 쓸어버릴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완전한 파멸이 닥치면 지구상의 생명을 다시 살려 낼 방법도 찾은 것이다. 우리가 홍수이고 방주이다. (p.230)


얼마 전, 배달의 민족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에서 요조가 쓴 '저는 채식주의자이고, 고기를 좋아합니다'라는 글을 보았다. 육식 환경이 환경과 기후 변화를 비롯하여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시작한 채식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철저하게 채식만 고집하기보다는 치팅 데이를 정해 고기를 먹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먹는 끼니라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구에 이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날씨다』에서도 외식이 많은 저녁을 제외한 아침과 점심에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3미터 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은 '우리가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가 구하고 싶은 것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에 있는 생명이다. 식물의 생명, 동물의 생명, 인간의 생명이다. (…) 우리 모두가 직면한 진짜 선택지는 무엇을 살지, 비행기를 탈지 말지, 아이를 낳을지 말지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집단 생존이 환경의 은총에 달려 있는 세계, 이 망가진 세상에서 윤리적인 삶에 헌신할 것인가 여부이다. (p.241)​


나도 책을 홍보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 일 수밖에 없다' 혹은 '그린 뉴딜 정책 산업에 투자를 하면 주식이 오를까'라는 댓글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어쩌면 중요한 가치를 보지 못하고 이득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가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주범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묵묵히 변해야 한다. 지금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지구의 수명은 길어야 26년, 우리는 지구의 종말을 목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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