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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책 만드는 법 - 원고가 작품이 될 때까지,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ㅣ 땅콩문고
강윤정 지음 / 유유 / 2020년 9월
평점 :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했더라, 정신없이 분주했던 마음과 잔뜩 힘주어 굳어진 어깨의 통증만이 나의 하루를 증명할 뿐. 재택근무로 오랜만에 출근한 월요일, 지난 주말 동안 어떤 책들이 많이 판매되었는지 각 서점의 판매량을 훑어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지난 주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소개된 단테의 『신곡』이 눈에 띈다.
지난 방송에는 세계문학전집 『신곡』의 역자 박상진 교수님이 출연하여 단테가 상상한 천국과 지옥, 그리고 그가 꿈꾸던 사회를 소개해 주셨다. 나도 관심 있던 작품이라 오랜만에 본방송을 챙겨봤는데, '새해 첫 방송으로 이 작품을 배치한 이유가 있었네' 싶을 만큼 감동이 있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했으리라. 나는 내가 느꼈던 감동을 되새기며 민음사 블로그에 『신곡』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작성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내가 읽은 작품이더라도 꼼꼼하게 다시 공부해보고 작성하기도 하고, 담당자로서 내 의견을 담아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는 공식 계정의 글이다 보니 오류가 없도록 노력한다. 지난주 방송된 영상 중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골라 중요한 메시지를 배치하여 소개했다. 단테의 희망이 담긴 작품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며. 그리고 방송 전에 허가를 받아 둔 로고를 활용하여 띠지 제작을 편집부와 미술부에 요청했다. 방송국에서 요청한 로고 사용 방식과 우리 책의 메시지가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치하여 제작을 한다.
그리고 12월에 진행했던 오디오북 이벤트의 당첨자에게 증정할 도서를 취합하여 송장을 등록하고, 물류부에 발송 요청을 했다. 벌써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지 친구가 점심 메뉴를 묻는 카톡을 보내왔다. 얼마 남지 않은 오전 시간에 아직 보지 못한 이메일을 서둘러 확인한다. 12월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판매 정산 내역에 오류가 있는지 최종 확인해달라는 관리부 요청에 내역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답신을 보낸다. 그리고 지난주 웹디자이너에게 요청해두었던 『사기열전』의 상세 이미지를 확인하고 온라인 서점에 등록 요청 메일을 보낸다. 이제 점심시간!
오후에는 블로그에 남겨진 독자의 문의 건을 편집부에 확인하고,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을 홍보하기 위해 카드 뉴스 제작을 요청한다. 텍스트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어울리는 이미지를 정리한 후 웹디자이너에게 요청했다. 최근 KBS 북유럽이라는 방송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러 셀럽들의 인생 책을 소개하다 보니 민음사의 책이 자주 소개되었다. 혹시 북유럽의 방송 로고도 띠지에 사용할 수 있을지 저작권 확인을 위해 이곳저곳 담당자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전자책 담당 MD의 프로모션 요청 사항을 확인하여 답변을 하고, 전자책 정보를 수정해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에 따라 서점 MD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곧 출간될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와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를 홍보할 자료들을 요청하고, 마케팅 방향들을 고민하다 벌써 10시가 다 되었음을 확인한다. 망했다. 『한편』은 펴보지도 못해는데.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엄청 춥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가운데 습관적으로 느낌표를 찍어 온 사람이 있다면 한번 빼 보기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느낌표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써 보기를 권하고 싶다. 느낌표 하나를 찍고 말고가 과연 큰 차이가 있을까? 그다지 쓸모없는 고민일까? 디테일의 차이가 생각보다 클까? 관습적으로 반복해 오던 데서 벗어나 보자. 편집자로서 판단하고 확신을 키워 가고 또 그것을 의심해 보자." (p.112)
'같은 원고라도 백 명의 편집자가 있다면 백 권의 아주 많이 다른 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p.34)는 말이 와닿는다. 사실 마케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책을 알리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마케팅을 준비했다면 이런저런 다양한 모양을 시도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내 손을 거쳐가는 책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게 모든 마케터들의 바람이 아닐까. 하루 종일 엄청 바빴는데, 돌아보면 한 게 별로 없는 것만 같은 하루.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하루 종일 정신없이 분주하고 정신없는 수많은 업무 가운데에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기준과 주관을 세워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는 일을 할 때 어떤 기준과 주관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중에 후배들에게 우리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