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는 '독서'를 거의 하지 못했다. 나에게 독서는 취미이고 노는 행위인데,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독서가 아니라 '공부'랄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처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새로운 도서의 SNS 마케팅을 기획할 때마다 브랜딩은 늘 고민이 되기 때문에 관련 도서를 몇 권 구입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일 또한 보다 좋은 작품을 구성하고 만들어내기 위한 협업 과정을 거치기에 꼭 마케터만이 아니라 편집자, 디자이너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전략을 공유하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과 전략을 지녀야 할까? '민음사'라는 브랜드는 독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어떠한 가치를 공유해야 할까.


"커뮤니케이션을 오래 해온 회사들은 그 이름이 소리글자가 되고 맙니다. 카카오는 소리글자입니다. 카카오라는 이름을 듣고 카카오 열매를 연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예요. 사성을 들으면서 하늘의 별 세 개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거고요. 이런 이름들은 소리글자로서 그 의미를 갖거든요. 전문가들이 하는 건 '그 이름에 어떤 좋은 연상 효과를 줄 것이냐?'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어떤 기업의 이름을 듣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p.59)



신입 사원 때는 거의 매일, 타사(온라인 서점)의 동향을 살폈다. 처음에는 항상 너무나 바빴던 선배가 '다른 서점은 어떤 책이 잘 팔리고, 어떤 프로모션을 하는지 확인해보고 알려달라'는 요청에 시작했는데, 꾸준히 살펴보니 최근에는 어떤 책들이 주목받고, 누군가의 추천 책이나 미디어 소개된 책들을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어서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배에게 제안해보기도 하고, 프로모션을 시도해보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후배가 생겼을 때도 똑같이 요구했다. 물론 나도 타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싶기도 했지만, 나처럼 후배가 도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길 바랐다. 아마 내 선배도 그런 마음으로 나에게 미션을 주었던 게 아니었을까.​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를 주목해야 되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창의력이란 내가 잘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창의력이란, 남이 잘하는 걸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잘 아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 「기생충」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게 창의력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볼 줄 아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63)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일상과 업무에 경계가 없다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나와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이었다. 그리고 이 책도 마찬가지. 크리에이티브 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을 해온 박웅현, 오영식이라는 사람이 '일'을 하면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어떤 해결책들을 찾아왔는지, 현업에서 치열하게 겪어온 경험과 깨달음은 앞으로 그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영어의 'beauty'는 높은 품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한국의 아름다움은 '아름'과 '다움'이 합쳐진 말인데, 아름은 '한 아름'할 때의 아름으로 그 크기가 사람 팔의 길이에 따라 다 다르다는 거예요. 결국 아름답다는 것은 '자기다움에 이른 상태', 결국 보편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상대적이라는 뜻이지요. (p.64)​



누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 회사는 무엇을 잘할까,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스스로 본질적인 것들을 항상 잊지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