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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밤잠을 못이루는 날들이 많았다. 불현듯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고, 억울한 감정을 밤새도록 되짚어 보기도 했다.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예민하게 굴었던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도 평소 나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떨치기 어려웠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검열한다. 내가 실수한 게 있었던가, 그 때 이렇게 행동했어야 했나, 쓸데없이 마음을 터놓았나. 내가 그랬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있니? 뭐하는 사람이야?”, “결혼한다고 하던데, 신혼집은 어디야? 요즘은 30평대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이런 말이 불편한 이유는 단순한 근황 토크가 아니라 자아정체성의 핵심을 찌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 상대가 궁금해 하는 것이 단순한 나의 근황인지, 자신의 우위를 점검하기 위함인지를. 의도를 가지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그야말로 자아정체감은 박살나고, 자존감은 심한 훼손을 입는다. (p.64)
“내가 솔직해서 그래.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라며 선을 넘는 감정 착취자를 향하여, 내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세워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의 저자는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 번째, 침범당한 내 감정의 영역을 회복하겠다는 ‘단호함’. 두 번째, 내 기준과 너의 기준은 다르다는 ‘냉정함’. 마지막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곁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내 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겠다는 ‘유연한 결단력’이다. 쉽게 말하면,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너희가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인정과 누군가의 악의적인 말 한 마디에 휘청이지 않고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사실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냉정한 개인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여전히 이러한 에세이나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자리잡고 있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수많은 지침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 수많은 책들과 수많은 지침들로 인해 우리는 이 전보다 더 '자신다운 삶'을 살고 있는걸까?
외국의 한 철학 교수가 투명한 마요네즈 병을 교탁에 올려두고, 병 안에 골프공을 가득 넣은 뒤 "이 병이 꽉 찬 것으로 보입니까?"라고 물었다. 잠시 후 교수는 골프공으로 가득 찬 마요네즈 병에 작은 조약돌을 채워 넣고 "어때요? 이 병이 가득 찬 것으로 보이나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번에도 '병이 가득 채워졌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교수는 웃으며 마요네즈 병에 고운 모래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번에야말로 병이 가득 찼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교수는 마요네즈 병에 커피를 흘려 넣은 후에야 비로소 뚜껑을 닫았다.
"저는 이 마요네즈 병이 여러분의 인생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모든 인생에는 우선순위가 있지요. 제가 가장 먼저 병에 넣은 골프공은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뜻합니다. 가족, 자녀, 친구, 건강, 열정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른 것들이 사라지고 이것만 남는다고 해도 여러분의 인생은 여전히 꽉 차 있을 겁니다. 다음에 넣은 조약돌은 인생의 걸림돌을 뜻합니다. 직업, 집, 차, 대출 같은 것이죠. 모래는 그 외 모든 것, 작은 문제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병에 모래부터 넣었다면 조약돌이나 골프공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p.250)
당신의 골프공은 무엇인가? 다른 것들이 사라지고 이것만 남는다고 해도 여전히 꽉 차있다고 할 수 있는 것. 잠시 직업이 없고, 남들처럼 집이나 차가 없어도 나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 나는 스스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골프공은 '사랑'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모든 관계에서의 '진심'같은 것.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불현듯 최근 나를 화나게 했던 것들이 괜찮게 느껴졌다.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난 늘 남들보다 더 마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돌려받고 싶은 기대를 더 버리면 되겠다. 그러면 속상하지 않고 더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진짜 마음을 많이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니까. 지난 날들, 잠시 내가 무엇을 가치있게 여기는지 잊었을 뿐이다. 당신의 골프공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당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