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9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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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세월, 무얼 하며 먹고살지?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노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면, 영화처럼 여생을 즐기며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십여 년, 8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남은 30여 년은 어떻게 살지?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5.5%를 차지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고령인구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곧 사회의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인 셈.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최근 우연히 보게 된 책, 영화, 팟캐스트에서 유독 '노인'에 관한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69세」는 69세 여성 효정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9세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효정은 고민 끝에 동거 중인 동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신고하지만, 간호조무사는 합의하에 일어난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경찰은 간호조무사에게 "친절이 과했다"라며 모욕을 주고, 법원도 나이 차이를 근거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이것이 영화의 일일까? 여성 택시 기사의 성추행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이고, 진술 내용상 성적 수치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고령화사회를 지나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인 혐오와 배제의 경제학을 섬뜩하도록 서늘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웰다잉협회'는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무용지물로 여기게끔 몰아가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 


"노인들이 맛이 가서 일으킨다는 교통사고. 노인들 때문에 젊은이들의 연금 부담이 커진다는 뉴스. 노인들의 만성질환 덕분에 파탄 나게 생긴 의료 재정. 고령화가 진행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나? 고령화가 전염병이야? 그런데도 이 모든 것들이 말도 안 되는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냐고? 자, 그럼, 그 뒤에서, 그런 혐오를 서서히 조장해가는 뭔가가 있을 거란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노인을 혐오하고 그들을 증오하게 만들려는 거대한 음모." ─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중에서


나 스스로도 이런 혐오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세대 갈등은 정치적 이슈에서 민감하게 드러난다. 특히 최근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이러한 혐오감은 증폭되었다. 사람들은 노인들을 향하여 '늙은 자들은 탐욕스럽고 오만하고 꼰대에다 자기들만 옳다고 믿'(p.108)는 존재, 의료를 포함한 국가의 각종 정책으로 혜택을 받으면서 국가를 비판하는 무지한 존재,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주제에 악착같이 다 늙은 몸을 이끌고 투표장에 가서는, 앞날에 새파란 젊은이들을 골로 보낼 궁리나'(p.108)하는 존재로 여기며 혐오감을 드러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이나 세금 정책이 바뀔 때마다 자신이 평생 마련해 온 집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절망하는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신음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나 또한 노인이 되겠지. 100세까지 연장된 인간 평균 수명은, 청년기나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노년기의 삶이 고스란히 늘어났다. 물론 이 전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겠지만, 생애에 길어진 시간만큼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배척당한 존재가 아니라, 삶을 일궈가는 동일한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생각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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