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것 행복할 것 - 루나파크 : 독립생활의 기록
홍인혜 지음 / 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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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독립 4일차,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구로구 개봉동에 거주했는데 고등학교는 버스로 30분 거리, 대학이 있는 강북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그리고 취업한 직장도 대부분 강남이어서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한 과목의 수업을 듣기 위해 왕복 3시간을 등교하는 것이 버거워 자취를 알아보기도 했고, 2호선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첫 직장에서도 독립이 간절했다. 하지만 고향이 지방인 것도 아니어서 가성비를 계산해보다 번번이 포기하고 말았다. 왕복 3시간 거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가며 꽤 많은 책을 읽었고, 출퇴근을 하며 꽤 재밌게 덕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혼자 사는 인생은 매일매일 그 맛을 바꾸며 내 감각을 일깨운다. 달았다 하면 쓰고, 썼다 하면 시다. 애초 내가 안온한 삶을 떠나 홀로서기를 갈망했던 이유, 만사가 새삼스러운 삶이 지금 여기에 있다." (p.267)


지난 3일 동안 처음 해보는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도착하는 택배 박스와 비닐들을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봉투도 처음 구입해보았다. 집에 늘 있는 것인 줄 알았던 쓰레기봉투의 크기를 용도별로 고르는 일도, 혼자 먹을 밥을 차리고 옷가지를 세탁하는 일도 나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다. 혼자 있는데 왜 이렇게 금세 지저분해지고, 수건을 왜 이리 빨리 쌓이는지. 메뉴를 정하고 밥을 먹는 일도 일이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하루 종일 분주하다. 내 생활력이 이다지도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처참할 줄이야. 그래도 부지런히 적응해가는 과정은 소꿉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과연 그럴까? 여럿이 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슬프기만 한 일일까? 동거인 하나 없이 나 혼자 산다는 건 결핍만을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나는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알았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함께 있으면 함께 있어서 좋고, 떠나면 떠나서 좋았다. 완전무결하게 갖춰진 이 고즈넉한 생태계에서 타인의 합류는 그 왁자함으로 나를 흥나게 하곤 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아, 이제야 갔군……' 하고 맥이 탁 풀리는 순간도 분명 존재했다. 조용한 나만의 세계로 돌아왔다고 안심하게 되는 순간, 와락 밀려드는 묘한 후련함. 드디어 모두 떠났군, 다시 혼자 되었군,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군. 이 감정은 결핍감보단 편안함에 가까웠다." (p.127)


엄마는 볶음밥과 미역국, 마른 반찬들을 가득 싸오며 딸내미 시집보낸 것 같다고 서운해했고, 동생은 잠깐 사이 손을 베인 언니를 위해 처음 온 동네의 약국을 찾아내 후시딘과 밴드를 붙여주었다. 내 독립이 그다지 외롭지 않고, 여전히 신나기만 한 이유는 지척에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든 달려가 엄마 밥을 먹을 수 있고, 심심한 날 동생에게 놀러 오라고 할 수 있는 내 뿌리가 있기 때문에. 그저 새로운 모험을 떠난 것처럼 기대된다. 행복해야지! 좌충우돌 태태의 자취 라이프!


이제 설거지 해야된다. 휴=33


너무 재밌고, 너무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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