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기는 기분
이수희 글.그림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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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생과 6살 터울이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동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중학교에 입학했다. 어릴 때는 꼬물꼬물 쫓아다니는 동생이 귀여웠고,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세상 귀찮았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둘도 없는 친구가 생긴 것 같다.


나는 친구들에게 동생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인데, 내 동생은 나와 달리 무척 다정(?) 하다. 주말 오전에 같이 짜파게티도 먹어주고, 그것이 알고 싶다도 같이 봐주고, 심부름도 잘해주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밥은 먹었는지 꼭 물어보고 시리얼에 우유라도 부어서 가져다준다. 때로는 지쳐서 방에 콕 박혀 누워있으면 먼저 찾아와 말 걸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는 착한 동생은 내 동생밖에 없을 거다. 나는 사실 동생 없이는 집에서 물건 하나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지라, 이번에 내가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친구들이 가장 먼저 한 이야기는 "너 동생 없이 살 수 있어?"였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 출간 준비를 하며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나는 그중에 몇 개의 에피소드를 동생에게 보여주었다. 어린 동생을 들어 올려 비행기 태워주는 장면을 카톡으로 보내줬는데, 동생은 '어릴 때 저게 제일 좋았는데'라고 했다. 아장아장 걸어와 비행기 태워달라고 조르던 모습이 (지금 말고) 엄청 귀여웠는데. 학교에 다녀와서 안아주면 내 손에서 연필 냄새가 나던 게 좋았다고 말해준다. (다정해!)





자전거를 막 배웠을 무렵에는 의기양양하게 동생을 태웠다가 떨어트리기도 하고, 뒷바퀴에 발이 끼어 다치기도 했다. 오랫동안 혹이 불룩했던 이마를 떠올리면 속상했지만, 언니도 어렸으니까 그래도 재밌었어,라고 말해주는 의젓한 동생. 나는 내 동생에게 이런 다정한 면이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차가 많이 나다 보니 성장하는 동안에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었다. 동생에게도 어릴 때 예뻐해 줬던 거에 비해 사춘기를 겪는 언니가 어렵고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동생이 처음 목을 가눴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날따라 투니버스가 재미없어 티브이도 꺼 두어 집 안이 적막했다. 배 위에 올려놓은 애기는 묵직하면서 따뜻했고 좋은 냄새가 났다. 커다란 물고구마 같았다. 얼마 전까지는 엄마 배 속에 있었는데 이제 내 배 위에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참 신기한, 애기라는 존재.p.73?


그래도 지금은 세상에서 동생이 제일 좋다. 자매가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깊은 사랑부터 가장 못난 심술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거니까. 그것도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가족으로.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면 동생에게 얹혀살 생각이다. 동생이 지금처럼 철없는 언니를 계속 키워줬으면 좋겠다. 내일 독립하고 나면 우리 자매는 처음으로 헤어져 사는 것! 처음에는 맨날 부려먹는 언니가 없어서 신나겠지만 곧 그리워질걸? 주말에 짜파게티도 혼자 먹어야 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고 혼자 봐야 한다고!??


당분간 동생 없이 살아갈 내가 걱정된다. 집에 가서 동생이랑 『동생이 생기는 기분』 같이 봐야지. 너 어렸을 때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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