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조의 말 - 영어로 만나는 조의 명문장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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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매 학년이 바뀔 때마다 학교에서는 '장래희망'을 적어서 제출하도록 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해보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학생이었다. 그때마다 오랜 내 단짝 친구는 자신의 장래희망을 '현모양처'라고 적었다. 어느 날은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 현모양처가 되고 싶어?" 그러나 친구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잘 양육하는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당시 장래희망을 '현모양처'라고 적어내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여전히 주도적으로 전문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여자는 많지 않았고, 맞벌이를 하는 여성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 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결혼 후 직업을 유지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자유롭고 자유분방했던 엄마는 집안일만 도맡아 하는 것을 답답해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아빠는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부족하냐!"는 말로 경제활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작은 아씨들》 중에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조 마치는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여성이 등장하면 꼭 결혼으로 글을 마치라'는 말을 듣는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성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행복한 마무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대사를 듣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온 동화의 결말들은 늘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 되었고, 신데렐라가, 백설공주가 행복해졌다는 사실이 늘 기뻤다. 우리가 자라오면서 얼마나 많은 암시들을 통해 여성들의 행복이 '결혼'으로 귀결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저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완벽하게 독립적으로 해내고 싶어요."

I’d rather do everything for myself, and be pefectly independent. (p.137)


어릴 때부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닮고 싶은 어른들의 모습을 곧잘 따라했다. 그 중 동화로 읽었던 《작은 아씨들》 속 '조 마치'는 내가 닮고 싶었던 언니 중 한 명이었다. "너희가 짊어져야 할 작은 짐에 대해 조언을 해줄게. 때로는 짐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짐은 우리에게 유익한 거야. 짊어지는 방법을 깨달으면 점점 가볍게 느끼게 돼." 라고 조언해주는 사람, 삶을 진지한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 내 기억 속 '조 마치'는 내가 닮고 싶어하는 모습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성인이 되었지만 때때로 꿈과 이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힘들 때, 철없다고 평가하는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고 위축될 때,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답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작은 아씨들, 조의 말》을 읽는 동안, 시종일관 당차고 씩씩하던 조 마치를 머릿속에 그리며 나또한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래서 언젠가 힘든 날이 찾아올 때를 위해, 늘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고 느끼도록 ‘조의 말’ 하나하나를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넌 세상에 맞춰 살아.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 거니까."

You will get on the best, but I shall have the liveliest time of it. I should rather enjoy the brickbats and hooting, I think.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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