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 - 개정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영호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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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은 25년 전 『노동의 종말』을 펴내면서 "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 길이 안전한 천국으로 인도할 것인지 또는 무서운 지옥으로 우리를 이끌 것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떤 '노동의 시대'를 견디고 있을까?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구직활동을 하던 십여 년 전에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역대 최고 실업율'이라는 기사가 매번 눈에 띄었고, 취업이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소리가 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직장을 얻었고,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취업난과 더불어 그나마 채용하는 곳은 경력직을 원하거나 계약직과 같은 단기직 뿐이다. 25년 전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인간을 위해 구축된 편리한 기계와 시스템들이 결국 노동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노동이 부재한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아마도 다가오는 시대의 근본적인 이슈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쓰인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읽는 이유는 아마도 실제 기계가 어떻게 탄생을 했고, 기계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 일자리를 잃어왔는지를 살펴봄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의 노동을 지키기 위해 기계와 겨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노동의 영역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나는 '배려'라고 부를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에게는 자발적으로 노인과 아동 등 약자를 돌보는 선의가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들어주거나,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아무리 발전된 사회 속에서 첨단화된 기계들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줄지라도 결국 인간의 외로움이나 소속감과 같은 감정의 영역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 밖에 없다.


제러미 리프킨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기계화로 노동 시간은 점점 단축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가 시간에는 레저와 자원봉사, 공동체 서비스에 참여하기를 권유한다. 이러한 영역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돕고 공동체 의식을 곤고히 하는 것을 통하여 '기계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베푸는 행위(자원봉사)에 대하여 국가에서는 '세제 감면'을 해줌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게 함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기계화로 노동의 자리는 사라져가는데, 인간의 평균 수명은 길어져 생애 동안 노동을 해야 할 시간은 늘어났다. 지금까지 나의 직업을 고려할 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실패했지만..) 보다 오래 좋은 보수를 받는 일을 골랐다면, 훗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게 될 때는 인간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는 다른 인간으로서의 역할과 새로운 노동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인류는 '노동의 종말'을 오래전부터 예견했지만 그 노동의 종말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의 종말』은 여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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