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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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의 유명한 이 문장은 이 시대 청춘들의 불안과 떨림을 기록한 성장 소설의 가장 상징적인 문구가 아닐까. 『데미안』에서는 내면의 선악 가운데서 고민하던 소년 싱클레어가 데미안과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자신을 뛰어넘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의지를 품는 과정을 그리며, 그 과정 가운데 겪는 불안과 고뇌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헤세는 이러한 불안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데미안』은 특별했던 2019년의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에게 2019년이 갖는 의미와 꼭 어울리는 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데미안,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p.129)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꽤 불안했고, 내 안의 질문들이 많았다.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직업을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해오는 긴 시간들에도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서른이 넘어 느닷없이 찾아온 내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은 꽤 버거웠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지는 몰랐고, 세상에서 무엇을 가치있는지는 고민했지만 내 삶의 의미와 가치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스무 살 즈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는 기존에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아버지의 세계를 벗어나 '나'를 찾아가고자 했다면, 서른이 넘어 다시 만난 『데미안』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지만 사실 한 번도 보살핀 적 없었던 내면의 성향들을'(p.140) 들여다 보게 했다.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모두가 그들의 삶의 법칙들이 이제는 맞지 않음을, 자기들은 낡은 목록에 따라 살고 있음을 느끼는 거야." (p.182)



내가 옳다고 여겼던 것들, 익숙하게 반복해왔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알고, 인식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나를 이루고 있던 익숙한 삶의 법칙들이 서른 해가 지나고자 더이상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느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질문했다. 우리는 왜 사는 걸까, 인간은 왜 불완전한 모습으로 함께 모여 사는 걸까, 나의 고된 노동과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가장 가치있게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수많은 물음표에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내 안에 솟아나는 수많은 질문 속에서도 매일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이러한 질문은 딴 세상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어쩌면 나도 원래 삶은 그런 것이라고, 의미같은 것은 없다며 돌아서서 익숙한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고, 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은 내 자신의 일이었던 것이다.' (p.66)



올해 내가 찾은 수많은 답들은 오랜 시간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고민하고 리뷰로 남겼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반드시 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내면 속에 지닌 많은 질문들은 각자 살아온 삶의 경험과 내면의 성향에 따라 찾아가는 길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길은 반드시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만약 누군가 그 길 위에 있다면 『데미안』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문학이, 예술이 우리 삶에 많은 영감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2019년은 특별했다. 그리고 나는 2020년에도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 시간들이 어렵기만 했을까? 돌아보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기는 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가요?"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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