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탄생 100주년 기념판)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종종 서점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호밀밭의 파수꾼』를 주문했는데 책이 파본인 것 같아요."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되어 있으나 번호도 쓰여있지 않고, 그 어떤 카피 한 줄도 없이 책 제목과 작가 이름만 쓰여진 표지를 받으니 잘못 인쇄된 것으로 보인 것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표지에는 작가 사진 또는 작품 내용을 상징하는 그림을 사용하는데, 현재 출간된 총 363권의 책 중 유일하게 표지 그림이 없는 작품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민음사에서 첫 출간된 2001년 초판본에는 표지 그림과 작가 약력이 있었으나 작가 J. D. 샐린저의 요구로 지금의 표지로 변경되었다.


표지만으로도 까다롭기 그지없는 J. D. 샐린저를 떠올리면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1951년 『호밀밭의 파수꾼』 이 출간되었을 당시, '홀든 콜필드는 불만이 너무 많다'며 ’기성세대는 홀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 부정적인 시각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사실 돌아보면 나 또한(누구나) 홀든과 같은 시선을 가졌을 때가 있었다. 무언가 이해하고 납득시켜주기 보다는 '이렇게 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어른들에 대한 반발심과 모두가 그렇듯 공부하고 대학가서 누구에게나 그럴듯하게 보이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거나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미성년자이고, 미성숙한 그 어디쯤에서 우울해하고 외로워하는 홀든 콜필드가 여전히 내 안에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네가 겪고 있는 것처럼, 윤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민했던 사람은 수없이 많아. 다행히 몇몇 사람들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거야. 나중에는 네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줄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네가 그 사람들에게 배웠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너한테서 뭔가를 배우게 되는 거야." (p.250)



흔히 홀든 콜필드와 같이 불평 가득하고,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로 행동하며 거침없이 비속어를 내뱉는 예민한 아이를 우리는 '문제아'라고 부른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도 홀든은 '문제아'로 낙인찍혀 수차례 퇴학을 당한다. 하지만 콜필드는 거의 모든 과목에 낙제점을 받지만 작문에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가식적이고 속물적인 세상에 불만을 쏟아내지만 세상을 떠난 동생과 막내 동생 피비에게는 한없이 여린 마음을 내보인다.



지금도 우리 곁에 수많은 홀든 콜필드가 머물고 있다. 그 아이는 단지 말을 안하기도 하고, 학교를 종종 빼먹거나 퇴학을 당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믿을 수 없이 잔인하고 폭력적인 청소년 범죄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비춰진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이제 탄식하고 염려하지 않는다. "소년법을 폐지해서 처벌받게 해야한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건 폭력을 행사하건 내버려두자."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른들에게 손내밀 수 없었던 누군가의 심정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너무 쉽게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이게 최선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