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인문학 수업 -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
김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 한 주 동안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았다. 월요일 저녁 뒤늦게 보게 된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과 그 와중에 알게된 구하라의 소식 때문이었다. 지난 주 찾았던 Love Poem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힘겹게 설리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그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며 함께 나누었던 추억들이 떠오르고, 공연에 찾아와 노래를 들어주던 날들이 문득문득 생각나 울먹였다. 머뭇거리는 침묵 속에 숨겨진 말들을, 감정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 편은 설리의 죽음에 대한 취재였다. 설리를 색다른 방법으로 추모하기 위해 '설리와 사귀는 사이었다.'는 허위사실을 했다는 한 유튜버는 '악플 정도로 힘들어할거라면 연예인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찾아간 악플러와 수백 개의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신문사 그 누구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몰랐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정도는 견딜 줄' 알았다. 욕먹고 싶지 않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이 정도'와 '그런 행동'이란 말 사이에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나의 질문에 친구는 문득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나는 왜 존재하는가?', '불완전한 사람들이 왜 이 세상에 존재할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인문학적 고민들을 하게된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세상의 목소리 가운데서도 그보다 가치있는 것들을 찾고, 슬픔에 빠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며, 스스로 반성하고 후회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우리에게는 분명 있었는데.


몇 달전 회사 선배가 『돌봄 인문학 수업』을 출간했다. 여러 문학상 수상으로 바빴던 시기라 읽어보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문득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육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나보다 약한 존재인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면서 스스로 갖고 있던 인문학적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고 배워가는 과정을 쓴 글이었다. 자신보다 약한 생명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하나의 주체적인 인격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에게 자신과 다른 타인에 어떻게 이해하도록 가르쳐주어야 할지, 세상의 목소리와 달리 살아가는데 정말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 아이가 독특한 그 아이만의 가치로 귀하다고 느끼는 만큼, 나 자신도, 내 가족도, 내 친구들과 동료들도, 또 다른 사람들도 그 고유함으로 귀하다고 진심으로 느끼고 인정하게 되기를 바란다."(p.296)


내가 때때로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른이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내가 사랑받고 자라서 나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향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나와 다름을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부족해보이고, 내 기준에 싫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너무 귀한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은 중요했다. 그 이후로 나는 왠만한 일에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터뷰한 한 악플러의 말이 생각난다. 사회적으로 모두 브라를 착용하는데 혼자 그렇지 않으니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양육은 가장 궁극적인 차원에서 결국은 타자를 동일화하지 않은 채로 수용하는 것, 타자를 고스란히 타자인 채로 존재하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뒤늦게, 양육을 통해서, 다른 타자들의 존재와 출현에 대해서도 겸손과 환대를 시도해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p.237)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때때로 우리에게 못되게 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말고는 삶에서 더 가치있는 것을 찾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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